주희의 방

주희 낳았을 때, 낳고 나서 굉장히 힘들었어요. 주희가 3년 동안 너무 아팠어요. 애 보는 것도 너무 힘들었지만 내가 너무 아프기도 많이 아파서 하나도 너무 힘들고, 그래서 애를 더 낳지 말아야 되겠다, 더 낳는 것보다 이 애한테, 부족하지 않게 키워야겠다, 어느 정도 크면서,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진짜 많이 건강해져서, 어디 아픈 적도 없고. 아기 때부터 유독, 하나다 보니까, 많이 효녀였어요. 욕심도 많고 그러기도 했지만, 유독 애가 어른스럽고 효녀였고. 지금까지도 친구들 사이에서는 마마걸이라고 할 정도로 유별난 애였어요.
주희가 초등학교, 어렸을 때 아빠가 사고로 돌아가셨어요. 그 상처가 있는데, 얘기를 이제 안 하고 있다가 6학년쯤 돼서 가장 친했던 친구가 다른 친구한테 얘기를 하고 다닌 거예요. 주희가 ‘아빠가 없다’, 그래서 이제 싸움이 난 거예요. 계단에서 넘어졌다고 하길래 그런 줄 알고, 한 3일 지나서 학교에서 연락이 온 거예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3일 전에 다쳤던 기억이 나는 거예요. ‘아, 뭔 일이 있었구나’ 하고 준비를 하고 가는데 가는 도중에 주희랑 만난 거예요. ‘엄마,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저한테 그 얘길 하는데, 아빠 얘길 할 때 진짜 가슴이 아프더라구요. 그러고 나서는 중학교 때도 그렇고 단 한 번도 속을 썩여본 적이 없어요. 어떨 땐 지가 더 부모 같애. 엄마 같애. 학교 점심시간이나 수업 시간 끝나면 “엄마 밥 먹었어? 뭐 먹었어?” 점심에 꼭 전화해서 확인할 정도로 그런 저기였었거든요. 밥 꼭 먹으라고. 늘 그냥, 자식 같은 느낌보다는 친구 같은 느낌이 더 컸어요.
아침에 학교를 갈 때는 항상 뽀뽀를 해줘야 나가요. “엄마, 뭐 하고 있는데 잠깐만 기다려.” 그래도, 꼭 뽀뽀를 해야만 학교를 가니까 제가 뭘 하다가도 나와서 그렇게 해줬는데, 얘가 수학여행 가기 한 달 전에 친정 부모님이 몸이 안 좋아서 여기 와계셨었어요. 수학여행 가는 날은 친정아버지 다리를 소독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얘가 가방을 다 챙겨서 나가는 거예요. “엄마, 갔다 올게.” 뽀뽀해달라는 소린데 제가 소독을 하고 있으니까 “어, 갔다 와.” 그냥, 얼굴만 잠깐 본 게 전부예요. 근데 이 녀석이 소독을 하고 있으니까, 딴 때 같으면 떼를 쓸텐데, “빨리 뽀뽀해 줘.” 그럴 텐데, 그냥 가더라구요, 그날따라. 아빠도 많이 보고 싶어 했으니까 아빠랑 같이 있었으면 좋겠고. 거기서는 엄마 걱정 안 했으면 좋겠고. 우리 주희가 거기서라도 행복할 수 있게 엄마가 여기서 씩씩하게 잘 있을게. 그러니까 엄마 걱정하지 말고, 우리 주희 거기서 잘 지내고 있었으면 엄마는 정말 좋겠다. 엄마한테 자주 오고, 엄마도 자주 가고..... 사랑한다, 우리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