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이의 방.

혜원이는 늘 똑 부러졌다. 아침에 깨우지 않아도 혼자 잘 일어났고,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면서도 공부도 열심이었다. 심부름과 집안일, 요리도 척척인 착한 둘째 딸이 엄마는 늘 믿음직스러웠다. 일상을 미주알고주알 말해주지 않아도, 마음으로 알 수 있었다. 혜원이는 그런 딸이었다.
똑 부러진 성격은 학업으로 이어졌다. 혜원이는 곧잘 상을 타왔고, 장학금도 받았다. 그렇다고 자랑하기보다는 묵묵히 제 할 일만 하는 아이였다. 야간자율학습에, 학원에 피곤할 법한데도 혜원이는 집에 오면 꼭 그날 공부를 마무리했다. 가톨릭대에 진학해 의사 또는 간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위해 하루하루 참 열심이었다.
그래도 열여덟 사춘기 소녀였다. 혜원이는 여느 친구들처럼 외모에 관심이 많았다. 아무리 바빠도 외출할 때면 화장은 빼먹지 않았다. 남자친구도 있었다. 고1 시절, 친구 보현이와 참가한 교외 리더십 프로그램에서 만났다고 엄마는 짐작하고 있다. 궁금하지만, 말을 걸어보고 싶지만 딸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