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방.

경주가 떠난 뒤 엄마는 메모를 하나 발견했다. 미역국 레시피였다. 수학여행 전, 경주는 엄마 아빠 생일에 직접 미역국을 끓였다. 처음이라 서툴렀다. 미역국에는 국물이 없었다. 그래도 엄마는 딸이 정말 기특했다. 맛도, 모양도 잊을 수가 없다. 두 번 다시 먹을 수 없는 그 미역국의 모든 것을.
경주는 춤추는 것을 좋아했다. 중학생 때 엄마 회사 송년회에서 친구들과 군무를 추는 모습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고1 겨울부터는 기획사 연습생 준비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단원고 진학 후 경주는 댄스동아리에서 활동했다. 오디션 날, 춤추기 편안한 복장을 갖다 달라는 딸의 부탁에 엄마는 학교를 찾았다. 마른 줄 알았던 눈물은, 그날을 생각하면 다시 샘솟는다.
엄마는 한때 진로 문제로 경주와 티격태격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보다도 경주의 춤추는 모습을 그리워한다. 3학년에 올라갔다면 경주가 했을 댄스동아리 신입생 모집 홍보 활동도 엄마가 직접 거들었다. 엄마는 그렇게 딸의 흔적을 좇고 있다. "춤을 추면 자유로워져요. 나의 몸짓이 사람들에게 즐거움이 되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