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래의 방.

마음이 여리고 체구가 작은 홍래를 사람들은 아기 같다고 했다. 애교 많은 막내였고 살가움이 넘치는 아이이기도 했다. 홍래는 가족끼리 노래방에 가면 열심히 춤추며 분위기를 띄웠고 청소, 강아지 돌보기도 도맡아 했다. 엄마에게는 꼭 딸 같은 존재였다. 항상 붙어 다니는 홍래를 두고 주변에선 ‘엄마 껌딱지’라고 불렀다. 홍래는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도 자기 전에는 엄마에게 뽀뽀할 정도로 정겨운 아들이었다.
그러나 링 위에 올라가면 홍래는 다른 사람이 됐다. 형과 함께 운동을 시작하며 홍래는 격투기 선수란 꿈을 품게 됐다. 다소 왜소해 보여도 ‘깡다구’는 충분했다. 시합이 잡히면 홍래는 헬스를 추가로 끊었다. 체육관에서 연습하는 것만으로는 체력을 단련시키긴 부족하다고 느껴서였다. 수학여행에서 돌아오면 격투기 아마추어 선수로 등록할 생각에, 처음으로 배를 타고 놀러 간다는 기대감에 홍래는 들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지막일 줄은 누구도 상상 못했다.
2014년 4월 말, 홍래의 장례를 마친 형은 이종격투기 서두원 선수에게 연락했다. 평소 그를 좋아하던 동생에게 마지막 선물을 하고 싶었다. 서 선수는 곧 홍래의 봉안당을 찾아 명예 선수 임명패를 전달했다. 그리고 그는 홍래를 위해 5월 31일 열리는 경기에서 꼭 이기겠다고 약속했다. 시합 당일, 경기 시작 15초 만에 상대를 쓰러뜨린 서두원 선수는 말했다. “오늘 저는 서두원이 아니라 박홍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