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진이의 방

모두 정리하여 둔 뒤라 방에 용진이의 물건은 보이지 않는다. 아빠는 벽에 걸어두었던 아기 용진이의 사진과 유치원 졸업사진을 떼어 빈 책상 위에 올려주셨다. 2016년 1월 13일에 촬영한 용진이와 아빠의 방이다. 이 방에서 용진이는 아빠에게 마술을 가르쳐드리고, 아빠는 아들이 좋아하는 김치찌개를 끓여냈다. 은근한 부자의 정으로 따뜻했을 방이다. 아빠에게 사정이 생겨 고등학교 들어가고 얼마 안 돼 용진이는 안산의 엄마 집으로 가야 했다. 아들과 떨어져 살게 된 아빠는 눈물을 보였다. 안산으로 간 뒤 아들은 주말마다 찾아왔다. 하지만 마술 동아리에 먼저 들렀다. 아빠는 섭섭했겠지만 그만큼 용진이는 마술을 좋아했다.


용진이의 꿈은 마술사가 되는 것이다. 최현우 마술사처럼. 용진이가 입학한 의정부 고등학교에는 마술 동아리가 있다. 마술 동아리에 들어가면서 용진이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동아리실에서 마술을 배우고 연습하고 주말에는 공연을 했다. 거리공연도 하고 청소년수련관이나 요양원에서도 공연을 했다. 말수도 적고 수줍은 성격이지만 무대에서만큼은 얼굴도 빨개지지 않았고 즐거웠다. 마술을 공부할 수 있는 대학이 있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마술을 본격적으로 공부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안산 엄마 곁으로 가고, 단원고등학교로 전학을 갔어도, 주말마다 의정부로 가는 길은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길이었다.


용진이가 마술을 배우면서 부자 사이가 더 좋아졌다. 말수 적은 아빠와 아들의 적막한 밥상머리에 마술 덕분에 이야기가 늘었다. 간단한 마술을 보여주고 알려주며 아들은 아빠의 고단한 일상을 위로해주었다. 빈 책상 위에 올려놓은 어린 용진이의 모습이 아빠의 거울에 가득 찼다. 마술은 있는 것을 사라지게 하고 사라진 것을 다시 나타나게 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런 마술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거울 속에 갇힌 듯 사라진 아들이 마술처럼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아빠와 용진이의 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