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선이의 방

2학년 올라가니까 아이들이 반이 흩어지잖아요. 2학년 올라가서도 반이 다르지만 모여서 밥을 먹었더라고요. ‘금요일의 9반 모임’이라고 얘네들이 만든 거예요. 그 아이들이 이번에 수학여행에서 14명이 갔는데, 두 명밖에 못 돌아왔어요. 부모들이 "그러면 우리가 아이들이 이렇게 잘 지냈는데 이 모임을 우리가 계속 이어가자" 해가지고 지금까지도 그 부모들이 모여서 '금구모'라는 모임을 계속 이어가고 있거든요. 한 달에 한 번씩 모여서 밥도 먹고, 아이들 얘기 마음껏 하고. 아이들이 그때 뭐 했는지, 뭘 하고 놀았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았는지, 이런 얘기를 하면서, 같이 밥도 먹고 같이 울고, 같이 웃고 이렇게 보내고 있어요.
길에서 우연히 만나도 그렇게 반갑게 맞아주고, 맨날 집에서 보는 엄만데도 만나면 너무 반가워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일부러 학교 앞을 지날 때면 한 번 더 문자를 보내보고, 점심시간이면 전화해 보고, 그럼 막 친구들 데리고 우르르 나와요, 외출증 끊어서. "엄마, 나 맛있는 거 사줘!" 하면서 나오고 그래요. 그게 또 너무 좋은 거예요. 우리 혜선이가 친구들하고 전화 통화를 할 때는 항상 전화 통화 끝날 때 친구들하고 하는 말이 있어요. "행복해야 돼.” 그리고 끊어요. 친구들하고 전화 통화할 때마다. 이 아이들이 얼마나 밝고 참 명랑하게 살아갔었는지...... 아이들이 어두운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잖아요. 제가 (혜선이가) 전화 끝나고 나면 "행복해야 돼? 친구들이랑 그런 말을 주고받아?" 그러면 "그럼 행복해야지, 엄마." 항상 그랬거든요.
혜선이가 있을 때는 아침마다 학교를 가잖아요. 그럼 제가 10분 전쯤에 혜선이를 깨워요. 혜선이가 6시에 일어나면 5시 50분에 가서 미리, "혜선아, 10분 남았어." 그러면서 혜선이 이불 속으로 제가 들어가서 같이 자요, 10분을. 그러면 혜선이가 꼭 안아주거든요. 그 시간이 참사 이전에는 너무 행복했고 지금도 제일 그리운 시간인데, 그걸 더이상 할 수가 없잖아요. 지금도 제가 혜선이 방을 빈방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서 날이 어두워지면 항상 불을 켜놔요. 혜선이가 어두운 곳에 있다가 정말 힘들게 갔잖아요? 그래서 정말 혜선이가 어두운 곳에 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항상 혜선이 방에 불을 켜두고, 밤에도 혜선이 방에서 잠을 자요. 꽃보다 예쁜 네가 있는 그곳은 언제나 엄마 품처럼 따뜻하길 기도한다. 엄마는 항상 우리 혜선이가 곁에 있다고 믿고 살아갈 거야. 엄마의 눈을 통해, 친구들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느낄 거라고 믿어. 오늘 밤도 네 방 침대에서 함께 잠들자꾸나. 사랑해. <그리운 너에게> 엄마가 혜선에게 쓴 편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