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의 방

98년 2월 7일생 현우는 생일이 빨라 일곱 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엄마는 여덟 살을 꽉 채워서 키도 좀 더 자란 다음에 보내고 싶었다. 키가 작아 앞줄에 앉기는 했지만 엄마의 걱정과 달리 현우는 잘 적응했다. 어른들이 ‘애늙은이’라 부를 정도로 말도 잘하고 생각도 깊었던 현우. 놀이터에 가거나 슈퍼에 갈 때도 두 살 터울 여동생 손을 꼭 잡고 다녔다. 엄마가 출근하며 세탁기를 돌려놓으면 다 된 빨래를 너는 것도 현우였다. 그러더니 엄마의 꿈에 나와서도 쓰레기 분리수거를 도와주고 갔다.
현우의 책상에는 엄마가 버리지 못한 장난감이 있다. 장난감 총과 비비탄. 안전 안경과 안전모까지 세트로 보관하고 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현우는 총놀이를 했다. 그래봐야 책상의 이 끝에서 책상 저 끝의 과녁을 맞히는 방 안 서바이벌 게임. 너무 빨리 지나쳐온 유년에 대한 그리움이었을까?유난히 빨리 철든 아들이 철없이 놀던 유일한 놀이. 엄마는 현우의 장난감 총과 총알과 과녁을 치우지 못한다.
어려서부터 김치도 잘 먹고, 좋아하는 반찬은 들깨가루 많이 넣어 버무린 고사리. 입맛마저 어른스러운 현우는 수학여행 가던 날도 엄마가 잘라놓고 간 토마토를 맛있게 먹고 갔다. 아빠가 사준 새 운동화를 잃어버릴까 봐 ‘신고 가지 말았으면’, 했는데 새 운동화 끈 야무지게 묶고 수학여행을 떠났다. 그 신발 안 신고 갔으면 어쩔 뻔했나! 집 가까운 공원묘역으로 현우를 데려온 엄마는 직장 일 끝나면 가고, 일요일에도 가고, 어떨 때는 밤에도 현우 만나러 택시 타고 간다. 택시 타면 금방 갈 수 있는 곳으로 데려오길 잘했다, 위안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