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찬이의 방

수찬이는 동생과 이층 침대를 썼다. 동생은 어리니까 위험하다고 아래 칸을, 형인 수찬이는 위 칸을 사용했다. 침대의 위 칸은 딱 엄마의 눈높이라서 아이들을 깨우러 들어오면 수찬이 얼굴부터 보였다. 아침잠에 겨워 눈을 뜨지 못하는, 막 여드름이 핀 그 얼굴이 엄마 눈에는 아기같이 예쁘고 귀여웠다. 자기가 형이랑 잔 날이 엄마보다 많다는 동생은 어느 날 말했다. “침대 이층에 맨날 형이 있는 것 같아요.” 엄마는 수찬이가 쓰던 침대의 위 칸을 빼서 엄마 방으로 옮겼다.
수찬이는 다섯 살부터 태권도를 배웠다. 처음으로 격파를 할 때 엄마가 격파용 송판을 들고 있었는데 어린 수찬이 다리를 쭉 뻗어올리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고 엄마는 회상한다. 수찬의 액자에는 가족여행의 추억이 가득하다. 삼 남매를 키우며 일하느라 바쁜 엄마였지만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방학마다 가족여행을 떠났다. 기차 타고 해운대도 가고, 해돋이를 보러 간 정동진에서는 무리해서 비싼 호텔에서 자보기도 했다. 아이들이 비싼 여행도 경험했으면 하는 엄마 마음이었다.
스팸과 달걀과 김치만으로 빠르게 싼 엄마표 김밥이 제일 맛있다는 수찬. 동생에게 달걀을 부쳐 밥을 비벼주고 나란히 앉아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수찬. 요리를 잘한다는 동생의 칭찬에 요리사가 될까 싶다가 게임 캐릭터를 그리는 애니메이터가 되고 싶어진 수찬. 동생이 속마음까지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형 수찬.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말하며 눈물 글썽이는 맏아들 수찬. 가족을 사랑하고 가족 안에서 성장하고 가족을 위해 꿈꾸는 집안의 작은 캡틴 수찬이 그 방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