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이의 방

‘주현이가 오면 자기 방을 찾아가야 된다’는 생각에 가족들은 주현이 방을 그대로 두었다. 전에는 공부하라고 책상 위를 깨끗하게 치워줬는데 이제는 주현이가 와서 편히 보라고 책상 위에 잘 펼쳐 놓았다. 교과서와 참고서, 어려서 읽은 옛이야기책이며 위인전, 솜씨 좋게 조립한 프라모델, 자동차 사진 스크랩, 초등시절의 체험학습 활동지까지 두 개의 책상과 책장에 열여덟 주현이의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주현이는 중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기타를 가졌다. 주현이의 든든한 지원군인 이모의 선물이다. 그 기타로 1년을 열심히 연습한 후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도전했다.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낙담하지 않고 공부하는 틈틈이 기타 실력을 키웠다. 수학여행 가는 길에도 이모랑 낙원상가에 가서 산 새 기타를 들고 갔다. 새 기타가 생긴 날 가족들 앞에서 시범 연주했던 봄 노래, 수학여행 첫날 배 안에서 친구들에게도 신나게 들려줬을 거다.
주현이가 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는 시간은 밤 10시. 집까지 오는 시간 20여 분. 엄마는 주현이가 귀가하는 밤 10시 25분을 기다렸다. 엄마는 하루 중 아들이 오는 그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 텔레비전을 보다가도 “주현이 올 때 됐다”라며 일어서고, 현관에 들어서는 주현을 향해 “아들 왔냐?” 큰소리로 반겼다. 아들이 귀가하는 시간. 밤 10시 25분의 행복을 돌려받고 싶은 엄마 마음이 가득 찬 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