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언이의 방.

재능 많은 도언이의 방이다. 사물놀이, 피아노, 연극반 활동. 아티스트가 꿈은 아니어도 지금 이 순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발산하며 즐기고 살았던 도언이의 자유로움은 엄마가 쳐 준 넓은 울타리 덕분일 것이다. 활동할 수 있는 세상이 넓은 만큼 뭐든 시도해보고 탐색해볼 수 있었고, 그러는 동안 자아는 발견되고 커지고 단단해졌다. 어디서든 누구를 만나든 당당하고 자연스러웠던 도언이 태도는 이런 성장 과정의 반증이다.


도언이가 남긴 소품들을 보면 방사형 취향이 잘 드러난다. 가방, 선글라스, 장갑, 학생용 실내화부터 구두까지 ‘꽂히는 하나’가 아닌 ‘꽂히는 다양함’이 도언이를 설명해낼 수 있는 키워드다. 흥밋거리도, 취향도, 친구도 다양했다. 다양하다는 것은 편견이 적다는 뜻이다. 내면에서 확장된 넓은 세상이 도언이를 만들고, 도언이는 그 힘으로 세상에 크고 밝은 테두리를 만들었다.



든든하고 넓은 울타리에서 자란 도언이는 사람을 대함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도언이는 미담의 화수분 같다. 외로운 친구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분별없이 많은 친구와 어울리는 아이. 그 선한 영향력은 주변까지 행복하게 만들었다. 글쓰기 대회에서 상을 받은 시 <친구>에는 친구가 자신의 보물이라고 하는데, 실은 도언이를 아는 모든 사람에게 도언이는 단연코 보물이다.


선생님도 되고 싶고, 방송일도 하고 싶고, 조향사도 되고 싶었다고 한다. 왜냐고 물어보면 그 이유의 중심에 사람이 있을 것 같다. 어릴 적 꿈이야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바뀌는 법이지만 끊임없는 탐색 끝에 뭐든 해냈겠지. 어느 자리에서든 따뜻한 향기 가득 풍겼겠지. 도언아, 네 따뜻한 손을 내밀어주면 차가운 바다에서 너를 건져내고 싶다. 너는 아직 세상에 할 일이 많이 남았다고 등 토닥이며 세상 속으로 들이밀고 싶다. 다시 교복 챙겨 입혀 학교에 보내고 싶다. 네 나이를 충분히 즐기게 하고 싶다. 졸업 후 사회인으로서 온전히 우뚝 선 네 모습이 보고 싶다. 정말이지 도언이는 자라서 무엇이 됐을까.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