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연이의 방

필요한 물건들이 제자리에 맞춤하니 놓여 단정한 호연이 방이다. 책상 위를 비추는 스탠드 불빛 아래 공부하던 호연이가 빙그르 의자를 돌려 비스듬히 놓여있는 기타를 들지 않았을까 싶다. 호연이에게는 기타 학원을 다니며 기타리스트를 꿈꾸던 시간이 있었다. 그때는 손가락에 피가 나도록 기타 연습을 했다고 한다. 시작은 신중하지만 일단 시작하면 끝을 보는 아이. 그 열성과 집중력으로 기타 실력도 수준급으로 끌어올렸겠지. 두 대의 기타가 기대어 있는 호연이의 방, 언제든 기타 선율이 흘러나올 것만 같다.


야구, 축구, 농구, 수영, 태권도… 호연이는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하고 잘했다. 특히 야구를 좋아해서 주말에는 지역의 야구클럽에서 실력을 다졌다. 야구부가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을 고려해볼 정도로 진지한 야구 사랑이었다. 지금도 책상 위에는 호연이의 땀이 배어있는 야구공이 놓여있다. 그 공에다 아빠는 호연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적어놓았다. 사연이 적힌 야구공 사진이 신문에 실리면서 호연이가 좋아하는 이승엽 선수와 임창용 선수의 사인공이 선물로 왔다. 책상 위 야구공과 사인공들이 호연이의 호투를 기다리며 격려하는 것 같다.


키 목표, 186센티미터. 호연이가 자기 방 옷장 귀퉁이에 적어놓은 키 성장 목표다. 보통은 ‘186센티미터였으면 좋겠다’, 바람을 말하는데 호연이는 목표라고 콕 집어 표시해두었다. 호연이 키가 181.5센티미터였으니까 조금만 더 크면 닿을 목표였다. 진로목표, ‘경찰행정학과 가기’. 교실 책상 위에 적어놓은 목표, ‘형보다 공부 잘하기’. 공부를 잘하는 호연이었으니 이것도 그리 멀고 힘든 목표가 아니었을 것이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될 수 있는 목표였을 것이다. 그러나 0부터 9까지 가는 것보다 9에서 10으로 가는 그 한 단계의 어려움을 우리는 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렇게 남은 한 단계의 성장을 위해 조용히 고군분투하였을 호연이의 집중이 느껴지는 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