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현이의 방.

결혼 7년 만에 얻은 귀한 딸 지현이는 재간둥이였다. 할머니 몸뻬 바지를 입고 재롱을 부리는 어린 지현이의 모습에 가족들도, 동네 사람들도 배꼽을 뺐다. 친가에서는 막내이고, 외가에서는 첫째라 유독 어른들의 사랑을 많이 받기도 했다.
엄마의 생일상을 직접 차리는 기특한 딸이기도 했다. 그날 지현이는 미역국과 전을 준비했다. 엄마에게 맛있게 드시라며, "내년에 또 해드릴게요"라고 약속도 했다. 하지만 지현이는 수학여행을 떠난 지 6개월 만에야 엄마 품으로 돌아왔다. 2014년 10월 29일, 그 날은 지현이의 열여덟 번째 생일이었다.
지현이는 평소 물을 좋아하지 않았다. 배를 타고 수학여행을 가게 돼 툴툴거리기도 했다. 그렇게 싫어하던 물속에서 지현이는 잘 버텨줬다. 정부가 13차례나 수색한 뒤, 수색 완료까지 선언한 곳에서 지현이가 발견되자 다른 실종자 가족들은 놓았던 희망의 끈을 다시 잡았다. 그러나 다른 실종자 9명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둔 4월 15일 현재까지도 돌아오지 못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