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이의 방.

지윤이는 수학여행 1주일 전 3일 내내 학원을 마친 뒤 부모님 가게를 찾았다. 4일째 되던 날, 당연히 올 줄 알았던 지윤이가 보이지 않자 엄마는 "딸, 왜 안 와?"라고 물었다. "엄마, 나 안 갈 거야. 기다리지 마세요."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엄마는 오늘도 이 말을 곱씹어 보고 있다. 혹시 마지막 인사는 아니었을까 싶어서.
1반 성빈이와는 단짝이었다. 둘은 매일 등하교를 같이 했고, 지윤이는 성빈이 부모님이 운영하는 학원에도 다녔다. 성빈이 엄마처럼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좋은 영어선생님이 지윤이의 꿈이었다. 둘은 참사 14일째인 2014년 4월 29일 아침 세월호 5층 로비에서 함께 발견됐다.
맞벌이하느라 바쁜 엄마 아빠를 위해 지윤이는 알아서 척척 움직였다. 속이 깊어 투정을 부리거나 욕심내는 일도 없었다. 그런 지윤이가 드물게 조른 일 중 하나가 쌍꺼풀 수술이었다. 고심 끝에 엄마는 돌아오는 여름방학에 수술을 하라고 승낙했고, 수술비는 모아둔 용돈으로 하되 부족하면 보태주기로 했다. 약속한 여름은 이미 지나간 지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