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우의 방.

엄마는 아프다. 10여 년 전부터 앓아온 공황장애로 좀처럼 외출을 못한다. 그런데 2014년 8월 6일 엄마는 수많은 인파가 몰린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면 세월호 특별법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용기를 냈다. 성당 수녀님 말씀대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건우를 떠올렸다.
용기와 별개로 아픔은 여전하다. 불러도 대답 없는 아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건우 때문에 엄마는 더 아프다. 건우가 보고 싶은 날에는 일기도 써보지만, 내용은 한결같다. “아무래도 오늘은 울어야겠어. 엄마 마음이 답답해. 미워, 사람들이 미워. 우리 아들이 보고 싶을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리고, 한숨을 쉬어보고, ‘나 잘하고 있는 거야’ 달래도 보고...”
세 살배기 조카를 몹시 예뻐하던 건우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 했다. 엄마가 인스턴트 식품 먹는 게 싫다고 직접 요리를 배우러 다니고, 수학여행 한 달 전까지도 엄마와 함께 자던 다정다감한 아들이었다. 그런데 사고 당일 건우는 이상하게도 가족들에게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다. 뒤늦게 동영상을 본 엄마는 이해했다. 세월호가 가라앉는 동안 건우는 다른 아이들 구명조끼를 챙겨주고 있었다. 엄마는 또 울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