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이의 방

"아버지 저는 눈사람처럼 사랑을 주면 줄수록 커져요. 앞으로 사랑 많이 주세요." - 초등학생 한솔이가 아빠에게 보낸 크리스마스카드에서 삐뚤삐뚤하고 커다란 글씨로 아빠에게 보낸 크리스마스카드. 자신을 쏙 빼닮은 딸이 예뻐 어쩔 줄 모르는 아빠인데, 이렇게 사랑스러운 부탁이라니, 아빠는 점점 딸바보 아빠가 되었을 것이다. 한솔이 방문을 열면 인형들이 방문객을 맞는다. 아빠의 생일 선물로 준 강아지 인형을 비롯해 모두 한솔이가 받은 사랑의 징표들이겠지. 크고 작은 사랑 속에서 한솔이의 눈사람이 얼마나 커졌을지 궁금하다.
"아빠. 나는 호텔조리학과에 갈 거야, 경희대로 가려고 결정했어. 다른 과목은 다 괜찮은데 영어가 조금 불안해. 하지만 열심히 해서 꼭 갈 거야. 그리고 나중에 나이 들면 내 샵 차려서 엄마 아빠랑 같이 살 거야. 한솔 베이커리라고 할까? 한솔 레스토랑? 아무튼 나는 회사 생활하다가 꼭 내 이름 달고 오픈할 거야." - <놀기도 공부도 잘하던 당찬 공주> 한솔이 약전에서 그 말에 아빠는 한솔이가 공무원이 돼 안정적으로 살았으면 하는 마음을 접는다. 자라면서 똑 부러지게 제 할 일 해온 딸, 믿고 응원하기로 한다. 딸은 학교에서 제과제빵 동아리에 들었다. 용돈 모아 제빵기구도 하나둘 마련했다. 쿠키를 굽고 케이크를 만들어 엄마 아빠 생일을 축하했다. 친구들과 노느라 공부를 덜 한 날엔 늦도록 하루치 공부를 마치고 잠이 들었다. 딸을 믿어주는 엄마 아빠를 빽으로 거침없이 제 길을 찾아갔다.
"나 이번에 성적 오른 거 알징!? 기말고사도 엄마 딸내미 열공할테니까!! 지켜봐 주는 거 잊지 마숑~ 비록 방도 안 치우고 못난 뚱띵이 딸이지만 엄마 딸 나 이한솔 누구보다 착하고 이쁜 딸이라는 거 엄마도 알지! 힘들어도 나 절대 포기 안 하니까 믿고 의지해도 됨! 엄마! 내가 많이 사랑하니까 그거 잊지 말궁!! 사랑행 뽀뽀 쪽쪽♡" - 어버이날 엄마에게 보낸 중학생 한솔의 편지에서 한솔이가 앞에서 직접 말하고 있는 것처럼 애교가 흘러넘치는 편지. 아직 철없어 보이지만 내면은 성숙해질 만큼 자랐으니까 남동생을 더 챙겨달라고 적었고, 선물한 카네이션은 생화니까 잘 키워달라고도 적었다. 엄마에게 받은 사랑에 고마워하고, 그 사랑을 다시 엄마에게 동생에게, 어버이날 고른 카네이션에게도 나누는 아이. 편지 말미에 스스로 적었듯 ‘세상에서 제일 이쁜! 한솔’의 방에 사랑의 눈사람을 대신하듯 하얀 새가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