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욱이의 방.

동그란 눈매, 복스러운 코, 재욱이는 엄마를 꼭 닮았다. 넉넉함이 느껴지는 웃음도 그대로다. 이제 재욱이는 영원히 그 모습을 간직하게 됐다. 하지만 엄마는 달라졌다. 그날 이후 엄마는 '쌈닭'이 됐다.
아들을 잃고 3개월 만에 엄마는 일을 그만 뒀다. 학생들에게 역사를 바로 알리는 일에 보람을 느꼈던 엄마였다. 하지만 재욱이가 떠난 뒤 그 어떤 의미도 찾지 못했다. 엄마는 대신 진실을 알리기로 맘먹었다. 2015년 4월 2일에는 삭발까지 했다. 머리칼이 한 올도 남지 않을 때까지 엄마는 의연했다. 그러나 '재욱이'를 언급한 순간부터 손과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재욱이는 중학교 동창인 수현이와 밴드 'ADHD'에서 활동했다. 기타 담당이었다. 함께 웃고 떠들며 연주하던 친구들 가운데 단원고에 진학한 4명은 세월호와 함께 떠나갔다. 재욱이의 단짝 준우, 성호, 재훈, 건우도 세상에 없다. 엄마 아빠들은 떠난 아이들처럼 '5인방'을 결성했다. 유족들의 집단 삭발식날, '5인방' 중 재욱 엄마와 성호 아빠는 어깨동무를 한 채 삭발 전 기념 셀카를 찍었다. "아들~"을 외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