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진이의 방

장난기 가득한 눈과 입꼬리에서 이미 주최할 줄 모르는 끼가 흘러나오는 영정사진 속 동진이. 실제로 동진이는 명랑한 장난꾸러기였다. 함께 있으면 주변 사람들을 신나고 즐겁게 만들었다. 남겨진 몇 장의 사진 속에서 187cm 거대한 키의 동진이는 몸을 구겨서 범상치 않은 동작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타인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당당한 동진이가 해맑게 카메라를 바라보고 활짝 웃고 있다. 장난기가 많지만, 여자친구를 위해서 2단 도시락을 만들 정도로 다정다감했던 동진이 주변에는 늘 친구들이 넘쳐났다. 동진이와 함께 있으면 뭘 해도 웃음이 터질 일들이 많았다. 어릴 때부터 동진이에겐 지루할 틈 없이 크고 작은 소동이 일어났지만, 그 와중에도 동진이는 주눅들 틈도 없이 한바탕 웃을 거리를 찾아냈다. 삶의 모험과 어려움 앞에서 동진이는 씩씩했고 유쾌했다.

동진이가 없는 집은 텅 비어 버린 것 같다. 외동아들 동진이의 빈자리는 너무 크다. 집안에서 웃을 일도 사라져버렸다. 엄마는 이제 하고 싶은 일도 먹고 싶은 것도 없어져 버렸다. 동진이를 보낸 후 엄마는 혼자 빈집에 있는 게 너무 힘들어 오랫동안 팽목항에 머물러 있다가, 결국 돌아가지 못하고 계속 시골집에 머물렀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사람의 흔적이 없었던 동진이 책상 위에는 어느새 소복이 먼지가 쌓였다. 허니버터칩을 먹으며 부지런히 키보드와 마우스를 두드리던 소리가 사라진 공간에는 적막만이 흐른다. 동진이는 엄마 아빠에게 친구이자 든든한 버팀목 같은 존재였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몸이 불편해진 이후 집에서 혼자 지내던 시간이 많았던 엄마에게 동진이는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돼 주었다. 어두컴컴하던 엄마의 세상에도 동진이가 집에 와서 들려주던 소소한 이야기들이 빛줄기처럼 닿았다. 학교 얘기, 친구 얘기, 아르바이트 얘기…. 수다쟁이 아들의 이야기 속에서 엄마는 새로운 생을 살아 볼 수 있었다. 엄마는 동진이에게 받은 선물이 많다. 공부로 받은 스트레스를 음악으로 푼다는 아들이 가끔 들려주던 기타 연주,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사다 준 운동화. 소소한 기억들과 추억이 공간 구석구석에 켜켜이 쌓였다.
왼편에 절친 주영이가 중3 때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들고 있는 동진이 모습을 찍은 흑백사진이 보인다. 마이크 윗부분을 잡고 노래하는 폼이 심상치 않다. 동진이는 음악을 좋아했다. 노래방에서 한 시간 내내 혼자 노래를 부를 때도 있었다. 애창곡은 주로 버스커버스커나 버즈 등의 밴드 노래였다. 노래 부를 때 동진이는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인다. 공부로 받은 스트레스를 음악으로 푼다는 동진이는 사랑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 싶어 진지하게 고민했다. 아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실용음악 학원을 다니면서 기타도 배우고 보컬도 연습했다. 동진이의 꿈은 싱어송라이터였다. 가만히 서서 기다리지 않고 지금 당장 시도하고 움직이는 사람이 동진이였다. 꿈을 이루기 위해 뭐든 다 도전해 봤다. 예술고도 지원해보고, 음악 오디션 프로 지역 예선에도 나가보고, 댄스학원에서 비보잉도 배웠다. 선배 추천으로 들어간 사물놀이 동아리에서 북을 치며 부지런히 활동했다. 동진이는 자석처럼 예술에 끌렸고, 어떤 시련과 장애물도 그 열정에 담긴 기쁨을 꺾지 못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 소년의 낙천성과 명랑함은 길을 만들어냈다. (참고문헌 <416 단원고 약전> 5권 中 '끼가 넘치는 명랑 소년, 서동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