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이의 방

핑크 공주 유혜원의 방이다. 여동생에 쌍둥이 남동생까지, 동생 많은 집의 첫째 딸 혜원이는 방을 꾸민 것만 봐도 상큼하고 발랄한 성격일 것 같은데, 부모님의 증언에 의하면 집에서는 있는 듯 없는 듯 든든하게 맏이의 자리를 지켜준 딸이라고 한다. 하지만 끼와 열정은 숨길 수 없는 법. 친구들과 있을 때는 노래와 춤을 좋아하던 흥이 많은 아이였다. 혜원이가 골랐을 핑크색 벽지, 침대, 커튼, 갖가지 소품들, 게다가 침대 머리맡의 진핑크 하트까지! 18세 혜원이는 그렇게 혜원이었다.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있는 방은 혜원이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혜원이는 평소 할머니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친구들에게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해댔다고 한다. 좁은 도로라도 무단횡단을 하거나, 쓰레기를 길거리에 버리는 날이면 ‘잔소리 할머니’ 혜원이가 등장했다. 준법정신으로까지 발현되던 깔끔한 성격은 어디서 왔을까. 마음도 주변도 깔끔했던 혜원이에게 상을 준다면 언행일치 상이 어울릴 것 같다.


똘똘 뭉쳐 다녔던 혜원이와 친구들은 혜원이 아빠의 표현대로 요즘 세상에 ‘남자 친구 하나 없는 칠푼이들’이었다. 남들이야 뭐라고 부르든, 저희끼리는 정말 단단한 우정으로 신나게 뭉쳐 놀았다. 만나서도 재잘재잘 수다도 엄청났을 텐데, 생일 축하 앨범에 담긴 편지글에는 어쩜 또 이렇게 빼곡히 할 말이 많은지. 그 나이 때나 누릴 수 있는 우정을 참 잘도 누렸다. 친구들과 사이가 좋았고, 그 사이에서 든든한 리더의 역할을 했던 혜원이는 늘 든든했고, 놀라울 정도로 사려 깊은 배려를 하던 맏언니 같은 친구였다. 방송작가가 꿈이었던 혜원아. 중학교 졸업 동영상으로 친구들을 감동과 웃음의 도가니에 빠트렸던 재간둥이 혜원아. 하늘에서도 그때처럼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