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영이의 방.

“이 새끼야!” 참지 못한 엄마가 소리 질렀다. “누구 새끼긴, 엄마 새끼지~” 순영이는 너스레를 떨었다. 엄마는 더는 화를 낼 수 없었다. 몸집만큼 넉넉한 성격의 아들은 늘 이런 식이었다. 엄마를 ‘마미, 공주, 아가’라고 부르고, 외출할 때면 늘 팔짱을 꼈다. 몸이 불편한 아빠를 위하는 마음도 깊었다. 늦둥이 막내아들은 아빠 환갑잔치를 해주겠다고 했다. 58년생인 아빠의 만60번째 생일은 멀지 않다. 그러나 ‘환갑잔치’는 순영이가 영영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됐다.
딱히 가리는 음식은 없었지만, 순영이는 해물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바다 냄새가 싫다고 했다. 배를 타고 가는 수학여행도 싫다고 했다. 엄마는 “한 번뿐인 수학여행이니 평생 추억이 될 것”이라며 아들을 달랬다. 순영이는 35만 원이라는 비용도 걱정했지만, 괜찮다고 말했다. 엄마는 이제 괜찮지 않다. 4월 15일 밤 10시쯤, 순영이는 엄마에게 세월호 갑판 위에서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문자메시지로 보내며 “엄마, 나 잘 있음!”이라고 했다. 아들과 나눈 짧지만, 영원한 대화였다.
순영이가 떠난 뒤, 방 한쪽에는 커다란 포스터가 붙었다. 친구 수현이의 밴드 ADHD 공연포스터다. 그림을 즐겨 그리던 순영이는 ADHD의 포스터를 그려줬다.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멤버들의 캐리커처로 홈페이지를 꾸며주겠다고도 했다. 수현이는 그런 순영이만큼 착한 애는 없다고 말했다. 두 친구는 또 다른 멤버 경미, 건우, 재욱이와 함께 수학여행길에 올랐고, 먼 곳으로 떠났다. 참사 1년 뒤, 남은 ADHD 멤버들은 친구들을 위해 무대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