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우의 방

모니터 속 건우의 미소가 더없이 환한 방.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자”라는 좌우명을 가진 건우는 어려서는 만화가가 되거나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1980년대 부산에서 활동한 인권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변호인>을 보고서 건우의 꿈은 변호사로 바뀌었다. 가지런히 꽂힌 교재와 책상 모퉁이에 반듯한 2학년 8반 시간표. 변호사가 되겠다는 꿈이 이 단정한 책상 앞으로 건우를 이끌었겠지!
엄마의 출근 시간은 매일 아침 7시 30분. 엄마가 출근하고 10분 뒤면 건우도 등교를 한다. 건우가 수학여행을 떠나는 날도 엄마는 건우보다 10분 먼저 출근했다. 여행 가방을 들고 떠나는 건우의 모습이 보고 싶어 그날은 버스정류장에서 서성이며 기다렸다. 친구들과 만나 즐겁게 떠들며 학교로 가는 건우를 보며 엄마는 행복했다. 4월 중순이니 교복 셔츠에 조끼만 입어도 적당했겠지. 그날 벗어 두고 간 교복 상의가 그대로 남아 엄마의 마음을 울린다.
들꽃을 좋아하는 엄마 생각에 들꽃 한 줌 엄마 서랍에 넣어두고. 고단한 하루를 마친 아빠를 위해 빵 하나 귤 하나 아빠 서랍에 놓아두고. 열 살 터울 동생이 자라 대학생이 되면 그 뒷바라지 맡겠다 하고. 식구들 고단한 길, 다정한 불빛이 되고팠던 아이, 건우. 등대에 빛으로 배에 신호 보내자 배 타는 사람들이 길을 안 잃어버리도록 신호보내자 사람들이 물고기를 잡도록 도와주자 - 초등학생 때 건우가 쓴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