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이의 방

자기 의견과 목소리를 내고 이것을 타인과 조율해가며 살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일상에서 이런 태도를 견지하는 이가 있다면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시민으로서 귀한 존재이다. 이 책상은 그런 이가 사용하던 책상이다. 그는 또랑또랑한 눈망울을 가진 소년, 홍종영이다. 종영이는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공부에 힘을 쏟았다.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야간자율학습만으로 충분하다던 종영이였는데 그 말에 담긴 의지를 보여주듯 성적도 올라가는 중이었다. 중학교 때는 항공, 운송 쪽에 관심이 많아 파일럿이 되는 꿈을 꾼 적도 있었지만 고등학교 때는 법조인으로 꿈이 바뀌었다. 종영이는 스스로 ‘홍종영의 주거권법’을 만들어 방에 붙여놓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며 생활하기도 했다. 책상 오른쪽 아래에 있는 하얀 종이 위에 ‘자유롭고 평등한 삶’을 생각하며 종영이가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쓴 글씨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종영이에게는 30초 늦게 태어난 쌍둥이 동생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함께였던 형제는 얼굴만 봐도 킥킥 웃음이 나오고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둘만 있어도 충분히 신나고 재미있었기에, 또래 아이들보다 말이 느려 부모님을 걱정하게 했지만 자라면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자기 생각이 뚜렷한 아이로 커갔다.
5월 5일에 태어난 종영이는 생일 하루 전날인 5월 4일에 가족들 품으로 돌아왔다. 휴대폰은 끝내 찾지 못했지만 종영이가 쓰던 지갑과 가방은 찾을 수 있었다. 종영이 아빠는 이 가방을 쓰기 위해 남겨두었다. 가방에는 깊은 바다 속에 있었던 흔적이 진하게 남아 몇 번이고 다시 세탁해야 했다. 성가대에서 찬양 솔로도 할 정도로 신앙심이 깊었던 종영이의 성경책과 입었던 옷들은 태워 종영이에게 보내주었다. 종영이는 2반 다윤이와 친했다. 두 사람은 같은 중학교 출신이다. 고등학교에 와서도 함께 학교에 가고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면 함께 집으로 왔다. 하지만, 공부를 알려주고 사소한 일에도 즐겁게 웃던 단짝은 모두 돌아오지 못했다. 두 사람의 등, 하굣길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가방과 명찰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참고문헌 <416 단원고 약전> 6권 中 ‘평등한 세상을 꿈꾼 쌍둥이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