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의 방

민수가 고등학교에 가기 전, 부모님은 고잔신도시 쪽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어 했다. 그러나 민수는 반대했다. 민수와 중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과 계속 한 동네에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민수의 뜻을 존중해 원래 살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그나마 넓은 집을 알아보았다. 큼직한 책상과 큰 침대가 너끈히 들어가고도 남는 이 방에서 민수는 꿈도 키우고 친구들과의 우정도 키워갔다. 민수의 책장에는 수학 문제집이 특히 많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민수가 적어놓은 비전을 보면 수학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적어 놓았는데, 민수는 꿈을 이루기 위해 교원대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민수가 수학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계기는 중학교 때의 경험 때문이었다. 선생님이 같은 반 친구와 멘토-멘티 관계를 맺게끔 짝을 지어주셨는데 친구에게 공부를 알려주다가 친구의 성적이 많이 오르게 된 것이다. 친구는 민수 덕분에 고등학교 진학을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되어 졸업식 날 친구와 그의 어머님이 민수 가족에게 인사를 전할 정도였다.
태어날 때 민수는 4.3kg의 우량아였지만 엄마는 그때 힘들지 않았었다고 기억한다. 민수는 크게 다치거나 어디 한 번 부러진 적도 없이 건강하게 자랐고 가리는 음식도 특별히 없었다. 집에서 컴퓨터를 하기로 한 시간, 밖에서 놀다가 집에 오기로 한 시간 등 부모님과의 약속도 잘 지켰고 사정이 생겼을 때는 부모님께 미리 이야기하는 믿음직스러운 아들이었다. 게다가 늦은 시간까지 뒹굴거리고 싶은 널찍한 침대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늘 알아서 잘 일어나는, 손이 안 가는 아들이기도 했다.
민수의 휴대폰은 민수와 함께 돌아왔다. 엄마는 자신이 모르는 민수의 시간들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사고가 났을 때의 사진은 없었고 민수가 이전에 찍었던 사진들만이 복원되었다. 사진 찍는 것을 별로 안 좋아했던 민수, 하지만 친구들을 좋아했던 민수의 휴대폰 사진첩에는 친하게 지내던 수빈이와 정민이의 사진들이 많았다. 아쉬웠지만, 엄마는 수빈이 어머니와 정민이 어머니에게 사진을 보내 주었고 이제는 멀리 떠나버린 아들들의 시간을 함께 나누었다. 평소 부모님께 자주 연락하는 성격이 아니었던 민수는 수학여행 출발 전, 엄마에게 “출발한다”고 문자를 남겼었는데 그게 민수가 남긴 마지막 인사가 되었다. (참고문헌 <416 단원고 약전> 7권 中 ‘렛 잇 고, 아무런 문제도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