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이의 방

네 손길이 닿았던 것들을 모두 모아 집채만 하게, 아니면 산더미처럼 쌓아둔다면 너를 다시 느낄 수 있을까. 따로 가지런히 모아 둔 수경이의 물건들을 보고 있으면 수경이가 우리 곁을 떠났다는 게 조금은 실감이 난다. 하지만 그 실감 속에서도 아이가 가는 길을 붙들고만 싶어지는 것은, 베란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 속에 고요히 쉬고 있는 수경이의 소품들에서 여전히 흘러가는 수경이의 시간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뱃속 태아 시절부터 썼던 엄마의 아기 일기, 배냇저고리, 예쁘고 고운 어린 시절을 하나하나 담아 둔 사진들, 꼬꼬마 어린이였을 때 쓴 일기와 동시, 늘 끼고 살았던 인형, 사춘기에 접어들어 수경이를 단장해주었던 화장품들, 우정 편지들을 따라가다 보면 수경이가 태어나고 자라고 성장했던 시간의 물결들이 잔잔한 파도처럼 다가와 우리의 가슴에 한 줄의 무늬를 새긴다.


‘아, 그렇구나. 수경이는 뱃속에서 좀 작았구나. 입덧으로 엄마가 고생을 좀 했겠네. 어릴 적에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인형들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네. 친구들에게 필기도 잘 빌려주고 사려 깊은 아이였구나. 친구들이 수경이를 참 따뜻한 아이라고 느꼈겠다.’
기특하게도 잘 자라준 우리 수경이의 시간을 따라가다가, “이제는 뭐가 되고 싶은데?” 하고 물으면 “나는 국제구호 활동가가 되고 싶어. 아프고 힘든 사람들을 돕고 싶거든.” 하는 대답이 들린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마음 결이 가닿은 꿈을 품고 살았던 수경이, 친구들은 그런 수경이가 겉도 속도 다 하얀 눈사람 같다고 했다. 오늘은 종이비행기 하나 곱게 접어 하늘로 날려 보낸다. “수경아! 하늘에서라도 꼭 그 꿈 이루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