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환이의 방

침대 위에 놓여있는 여러 종류의 인형들은 따뜻한 진환이를 닮아있다. 특히 밀짚모자를 쓴 커다랗고 하얀 곰 인형은 유독 더 선하고 온화한 얼굴의 진환이를 떠오르게 한다. 강아지상에 서글서글한 인상의 진환이는 한눈에 봐도 잘생긴 훈남이었다. 외모만 봐도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꽤 많았을 것 같은데, 사실 진환이는 성격까지도 사랑스러웠다. 몇 장의 사진만 봐도 진환이의 밝고 낙천적이고 다정한 성격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엄마 어깨에 팔을 두르고 장난스럽게 먼 곳을 응시하는 진환이, 큰소리로 노래 부르며 신나게 김치볶음밥을 만드는 진환이, 뭘 해도 진환이 옆에 있으면 우울해질 일이 없을 것 같다. 진환이는 함께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가족들은 노래를 썩 잘하는 편이 아닌데도, 혼자 감성에 젖어 발라드 노래를 큰 소리로 부르고 다녔던 진환이를 떠올린다. 화장실에서도 방에서도, 때론 밤에 방문을 벌컥 열고 불러주던 그 쩌렁쩌렁한 노랫소리 덕분에 작은 집에는 활기가 넘쳤다. “사랑했기 때에~무운~~에~~” 그저 ‘엄마’를 불러도 노래를 부르듯 따뜻한 음정이 담긴 진환이의 목소리가 떠오를 때면 엄마는 아프게 목이 메어온다. 배려심 많고 온화한 성격의 진환이는 주변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성격이었다. 차비가 없던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곤 자신은 집에 걸어오던 아이. 늦은 시간 친구들을 다 데려다주고 혼자 자전거를 타고 집에 돌아오던 소년. 반에서 따돌림당하는 아이들을 절대 지나치지 못하고 꼭 챙겨주던 친구. 이혼 후 혼자가 된 아빠를 안쓰러워하며 주말이면 함께 축구를 했던 아들. 여동생에게 친구이자 아빠 역할까지 했던 섬세한 오빠. 곁에 있는 사람들을 헤아리고 챙겨주고 사랑하는 일이 자연스러웠던 진환이의 모든 순간은 봄날의 햇살처럼 따스하고 밝다.

진환이가 남긴 선부중학교 교복과 단원고 체육복. 운동을 좋아하던 진환이는 타고난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특히 축구를 정말 좋아하고 잘했다. 학교 다니면서 진환이와 친구들은 운동장에서 얼마나 축구를 많이 했을까. 점심시간에 축구 경기가 있으면 밥도 거르고 교복 바지 입은 채 그대로 뛰어나갔겠지. 자주색 체육복 바지가 흙으로 뒤범벅이 될 때까지 두 개의 심장을 가진 것처럼 운동장을 쉴 새 없이 뛰어다녀도 지칠 겨를도 없이 재밌었겠지. 체육 시간이나 체육대회 때마다 이 체육복을 입고 날아다니던 진환이는 얼마나 반짝였을까. 친구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넘어지고, 공을 패스하다가 골대에 공이 들어가는 순간의 희열을 함께 맛보며 얼마나 기쁘고 충만했을까. 축구선수와 체육 선생님을 꿈꾸던 쾌활한 진환이의 에너지가 낡은 교복과 체육복에 담겨있다. 중학교 시절 멘토 역할을 해주던 체육 선생님의 선구안처럼 사람을 좋아하고 남을 잘 챙겨주던 서글서글한 성격의 진환이가 체육 교사가 됐다면 얼마나 아이들이 좋아했을지 잠시 상상해 본다. 어떤 길 어떤 일상에서도 기필코 행복을 찾아내던 사람이 줄 수 있는 기쁨을 공기처럼 흩뿌리고 다녔겠지. (참고문헌 <416 단원고 약전> 5권 中 ‘곁에 있어도 절로 웃음이 나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