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복이의 방.

성복이는 하얀 손목시계를 참 좋아했다. 세뱃돈으로 장만한 시계가 깊은 수심에서도 방수가 된다고 가족들에게 자랑했다. 그토록 좋아하던 시계 덕분에 성복이는 엄마 아빠를 만날 수 있었다. 아들 혼자 짐을 챙긴 탓에 성복이가 어떤 옷차림인지 모르던 엄마 아빠는 2014년 5월 2일 223번 주검의 특징에 눈길이 갔다. '하얀색 카시오 손목시계'
정리정돈에 서툴고, 이불도 잘 개지 않아 잔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착한 아들이었다. 발달 장애가 있는 여동생을 잘 챙기고 항상 져주는 좋은 오빠였다. 때때로 오빠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동생이 하모니카를 불곤 했다. 이제 성복이네 집에서 들리는 소리는 하모니카뿐이다.
일하느라 바쁜 엄마는 사고 소식을 듣고서야 처음 학교를 찾았다.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 모처럼 아들을 학교에 바래다 줄 때 거리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엄마, 벚꽃이 너무 아름다워요. 내년에도 꽃길 산책하자!" 다시 벚꽃이 흩날리는 계절이 왔지만, 엄마는 혼자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