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정이의 방.

소정이의 꿈은 만화가였다. 4살 때 처음 미술학원에 다니면서 아이는 그림에 푹 빠졌다. 친구들도 자주 그려줬고, 각종 미술대회에서 상도 많이 받았다. 단원고 만화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소정이는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 일본으로 유학 갈 계획이었다.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 공부를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소정이는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선물로 받은 사탕 봉지조차 간직할 정도로 소정이는 친구들을 무척 아꼈다.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일정상 친구들 생일을 제때 챙겨주지 못할까 봐 6통이나 미리 편지를 써놓기도 했다. 수학여행 때 할 일을 정리하며 소정이는 맨 마지막에 ‘찐윤(진윤희) 챙기기’라고 적었다. 그러나 소정이는 2014년 4월 18일 먼저 돌아왔다. 4일 뒤 ‘찐윤’도 올라왔다.
집에 오면 소정이는 엄마에게 하루 일과를 재잘거렸다. 수학여행을 가기 전날엔 새벽 1시까지 엄마와 수다를 떨기도 했다. 그런데 4월 16일 오전 9시 46분, 소정이는 전화로 엄마에게 이상한 말을 했다. “엄마 어쩌면 나 집에 못 갈지도 몰라. 근데 엄마, 내가 엄마 사랑하는 거 알지?” 엄마는 “소정아, 그게 무슨 소리야?”라고 되물었지만, 갑자기 통화가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