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강이의 방.

재강이의 책상 유리 밑에는 세계지도가 끼워져 있다. 유럽 여행을 꿈꾸며 사둔 지도다. 재강이 가족은 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다함께 여행을 가기로 약속했다. 경비는 각자 준비하자며 재강이는 용돈과 세뱃돈을 차곡차곡 모았다.
아침잠이 많았지만 주말에는 오히려 일찍 일어나는 편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친구들을 모아 신나게 놀러 다녔죠." 재강이의 장례식을 치르고 난 뒤, 친구들은 재강이의 영정사진을 안고 함께 단체 사진을 찍었다. 뒤늦게 사진을 받은 엄마 아빠는 또 한 번 무너졌다.
"엄마, 나 나중에 사육사 될까? 커서 뭘 하면 좋을까?" 재강이는 엄마에게 자주 물었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고 했다. 파충류와 곤충에 관심이 많아 도마뱀을 키우기도 했다. 용돈을 쪼개 도마뱀 먹이를 챙기던 재강이는 돼지고기를 직접 다듬기도 했다. 엄마는 주방을 볼 때마다 생생하게 떠오르는 아들 모습에 가슴이 미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