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형이의 방.

'동생 바보'였다. 엄마 배가 불러올 때부터 근형이는 친구들에게 동생 자랑을 하고 다녔다. 기저귀를 갈고, 목욕을 시키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동생이 태어난 뒤에는 언제 어디서든 함께 하려고 했다. 수학여행 출발 전, 근형이는 동생을 위해 진지한 계획까지 짰다. "엄마, 목표를 세웠어요! 이번 기말고사 때 전 반에서 5등 안에 들고, 동생을 안산 동산고에 입학시켜서 (나중에) 카이스트대에 수석 입학 시킬 거예요."
'엄마 바보'이기도 했다. 근형이는 엄마 앞으로 쓴 편지에 "에메랄드를 훔쳐 눈에 박은 엄마", "태양 같이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 산소 같은 존재" 등 온갖 미사여구를 총동원했다. "엄마가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말은 입버릇이었다.
그런 아들이 눈앞에 아른거려서, 집안 곳곳에 밴 아들의 기억이 너무 아려서 엄마 아빠는 근형이 물건 대부분을 태워 버렸다. 좀처럼 거리를 떠나지도 못했다. 20일 동안 걸은 끝에 팽목항에 다다른 날, 아빠는 참아 왔던 굵은 눈물을 흘렸다. "우리 근형이는 착하고 정말 말을 잘 들어서…. 그래서 우리 근형이가 이 세상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