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헌이의 방

곁에 있을 때, 창헌이는 보는 것만으로도 아까운 아들이었다. TV를 보면서도 엄마의 눈은 창헌이를 향해 있었고, 다른 일상 속에서도 엄마의 눈은 나도 모르게 창헌이에게 닿아 있었다. 창헌이가 떠난 후, 남긴 것들을 모아 보니 역시 너무나 아까운 아이를 멀리 보내고야 말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꼼꼼하게 자기 생활을 꾸려 나가고, 무심한 듯 다정하게 가족들을 챙기고, 진심을 다해 친구들과 깊은 우정을 나눌 줄 알았던 아이, 창헌이를 아는 사람들은 그런 창헌이가 많이 그립다.
창헌이는 통통했다가 고등학교 1학년 마치고 2학년 넘어갈 무렵에 키가 크면서 호리호리해졌다. 앳된 소년티를 조금씩 벗고 듬직한 청년이 되어가는 시점이었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는 장난스럽고 순수한 모습 그대로였다. 창헌이네 집은 일곱 명의 친구들이 자주 놀러 오던 아지트였는데 사람이 왔다간 흔적이 없어 부모님은 감쪽같이 몰랐었다. 동생에게도 부모님께는 비밀로 해 달라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7명의 친구들은 메신저에서 그 흔한 욕 한마디 없이 대화를 주고받고 서로의 짝사랑에 대해 고민상담을 해 주고 노래방에서도 물 한 잔 마시면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등 인생의 한 시기를 건강하게 함께 보내는 사이였다. 그 친구들은 지금 창헌이와 함께 하늘나라에 있다.
창헌이가 생일 선물로 받았던 피아노 위에는 창헌이가 차고 갔던 시계, 마지막으로 썼던 칫솔, 수학여행 떠나기 전에 엄마가 챙겨준 멀미약이 놓여 있다. 창헌이의 가방은 49재 날이자 엄마의 생일 즈음에 가족 곁으로 돌아왔는데 거기에는 용돈 5만 원이 들어 있었다. 평소에 부모님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 몰래 보쌈이나 케이크를 준비하곤 했던 창헌이를 기억하며 가족들은 다 같이 보쌈을 먹었다. 창헌이의 마지막 선물을 마음에 새기면서. 창헌이의 별명은 ‘문방구’였다. 형광펜도 색깔별로 갖추고, 학용품도 종류별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책상 정리는 물론이고 노트 정리도 깔끔했다. 심지어 게임하면서 아이템 등의 각종 정보를 기록해 놓은 게임 노트도 있었다. 그런 꼼꼼함과 집중력을 발휘하여 수학경시대회에서 메달도 받아오고 트로피도 받았던 창헌이였다. 창헌이의 꿈은 치과의사가 되는 것이었는데 돈을 많이 벌어서 부모님을 호강시켜드리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꿈이다. 점점 자라면서 사진 찍기를 싫어했던 것 딱 하나가 아쉬운 창헌이지만 창헌이의 목소리, 창헌이와의 순간들은 사진보다 힘이 세다. 기억하려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수록 아깝게 잃은 사람들과 그들의 삶은 빛바래지 않는 장면으로 우리에게 남을 것임을 안다. (참고문헌 <416 단원고 약전> 8권 中 ‘애인 같은, 철든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