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준이의 방

어린 누나 둘이서 막둥이 남동생을 안고 있다. 사진 속 삼 남매가 사랑스럽다. 큰누나 여덟 살, 작은누나 여섯 살에 막내 승준이가 태어났다. 누나들에게 승준이는 언제나 어리고 귀여운 남동생이었다. 큰누나는 승준이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결혼했다. 승준이랑 생일이 같은 매형은 피시방도 같이 가고, 영화도 같이 보고. 크리스마스카드도 보내고, 생일 선물로 손목시계도 사주었다. 어린 처남에게 형처럼 든든하고, 아빠처럼 다정한 매형이 생겼다.
컴퓨터의 바탕화면을 채운 건 승준이가 좋아하는 축구선수. 여느 남학생들처럼 승준이도 축구를 좋아한다. 학교에서도 틈나는 대로 친구들과 운동장을 누볐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축구 시합을 하면서 진 팀 전원이 머리를 짧게 자르는 내기를 했다. 열심히 뛰었는데 승준네가 졌다. 다음 날 약속대로 머리를 자르고 온 친구는 승준뿐이었다. 파이팅 있는 시합을 해보자고 가볍게 한 약속이었을지 모르지만 승준에게 약속은 경중을 떠나 꼭 지켜야 하는 것이었다.
엄마의 새치머리를 염색해 주고, 돈 많이 벌어 엄마 하고 싶은 거 다 해주겠다 장담하고, 고등학생 된 뒤로는 뽀뽀가 인색해졌지만 수학여행 가면서 엄마에게 3일 치 뽀뽀를 미리 해주고 간 애교쟁이 막내. 학교 실내화도 유명 메이커로 신고 싶을 나이인데 우리 아들만 문방구의 3천 원짜리 슬리퍼를 신게 한 것 같아 엄마는 속상하다. 아빠랑 떨어져 살아 아빠 정 모르고 크게 한 것이 내내 미안한 아빠는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 사진 곁에 승준이 사진을 올려두었다. 애교쟁이 손자로 할머니 할아버지 이쁨받으며 잘 지내고 있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