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은이의 방

선녀의 날개옷 같은 고운 한복을 입었던 아기는 커서 날개를 활짝 폈을까? 방의 주인이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여기는 김주은의 방이다.

주은이의 방은 지도로 가득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붙여 놓은 것이라고 하는데, 이 지도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자세히 보면 ‘미래의 제2의 알렉산더 다으니가 점령한 땅’이 표시가 되어 있고, 친구 규성이가 온천 여행을 떠날 일본, ‘미래의 효영 CEO가 점령’할 샌프란시스코, 장차 원범이의 땅이 될 아프리카, 태평양 망망대해에 효영이가 사장이고 주은이를 비롯한 친구들이 직원으로 근무할 미지의 섬 ‘애자랜드’까지. 없는 섬도 만들어내는 재치와 기개가 대단하다. 이것들은 주은이가 혼자 써 놓은 것은 아니고, 친구들과 함께 쓰고 그렸다고 한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는 대형 지도를 보며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꿈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들을 상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자신의 지도를 친구들에게도 내어준 주은이의 마음도 넓고, 너와 나의 꿈을 자유롭게 펼친 아이들의 참 꿈도 크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하는데 이루지 못한 꿈은 없었을 것 같은 아이들의 지도다.


주은이의 방에는 또 특별한 것이 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그것이다.
자기만의 감각으로 색을 입힌 사각함, 리본 등으로 예쁘게 꾸민 장식품, 각가지 액세서리 등은 주은이가 직접 만든 것이다. 주은이는 손재주가 참 뛰어났다. 뭐든 만들기를 좋아했고 가족들에게 선물도 잘 주었다. 사진에 보이는 와이어링 반지도 주은이가 만들어서 엄마와 언니에게 준 선물이라고 한다. 많은 꿈과 재능을 남겨두고 간 주은이. 주은아! 하늘에서는 무지개도 있고, 구름도 있고, 별도 있고, 달도 있으니까 그것들 재료 삼아 마음껏 놀면 좋겠다. 친구들과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며 신나게 지낼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