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라의 방.

때론 ‘김밥나라’로 불리기도 했지만, 아이는 이름처럼 늘 빛났다. 노트 필기는 1등이었고, 3살 어린 동생에게 살뜰하게 볶음밥과 미역국을 만들어주던 야무진 큰딸. 징그럽다는 농담을 할 만큼 애교가 흘러넘치던 사랑스러운 딸. 빛나라는 그렇게 반짝거리는 아이였다.
빛나라는 무대를 동경했다. 이름 없는 작은 역할이어도 좋다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이의 진지한 모습에, 반대하던 엄마·아빠도 생각을 바꿨다. 아빠가 ‘밀어주겠다’고 한 날, 빛나라는 일기를 썼다. 웃음이 흘러넘치는 글자들로 가득한 일기였다. 수학여행을 갈 때도 아이는 들떠있었다. 본격적으로 연기 등을 배우도록 해주겠다는 아빠의 약속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빠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빛나라는 사고 7일째인 2014년 4월 21일, 깊은 바닷속에 잠긴 세월호 바깥에서 발견됐다.
여행을 떠나기 전, 아이는 처음으로 아빠에게 편지지 두 장을 빽빽하게 채워 건넸다. 신앙심 깊은 빛나라는 아빠도 함께 교회에 다니길 바란다며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썼다. 평소 동생과 자는 엄마에게 ‘오늘은 엄마 옆에서 자고 싶다’고도 했다. 수학여행 당일 아침, 빛나라가 꺼낸 말도 의아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가족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엄마, 나 이상한 꿈 꿨어. 배에서 사람들이 다 죽는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