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이의 방.

아들이 떠난 뒤, 아빠는 많은 밴드의 이름을 새로 알게 됐다. 수현이의 노트에 적힌 버킷리스트 중 '유명 뮤지션 사인 받기'를 이뤄주기 위해서였다. 엄마와 누나도 바쁘다. 수현이 대신 '책 2000권 읽기'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진정으로 남을 위해 봉사하기'라는 또 다른 버킷리스트도 함께 해보기로 약속했다.
다정하고 애교 많은 아들이었다. 엄마가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수현이는 "엄마 사랑해"하며 뒤에서 포옹하고, 손으로 하트를 날렸다. 엄마는 지난 3월 수현이 추모 블로그에 "집에 오면 늘 팬티 바람으로 다녀 누나에게 싫은 소리를 자주 들었다"며 "둘이 티격태격하던 모습도 시리게 그립다"고 남겼다.
수현이는 음악을 참 사랑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교내 밴드에서 활동하고 직접 작곡까지 했다. 방문을 걸어 잠근 채 노래를 만드는 날도 많았다. "내가 만든 노래로 모두를 즐겁게 해야지!" 때때로 수현이네 집에선 아버지와 아들의 기타 연주 소리가 울려퍼지곤 했다. 이제 남은 것은 적막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