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진이의 방.

키 크고 늘씬한 소진이에게 주변 사람들은 승무원이나 모델을 권했다. 하지만 소진이의 꿈은 유치원 교사. 맞벌이로 바쁜 부모님 대신 띠동갑 터울 남동생을 챙기며 정한 진로였다. 소진이는 매일 아침 동생을 유치원에 데려다준 다음 학교에 갔고, 방과 후에는 밥과 간식을 챙겨줬다. 남동생도 둘째 누나를 무척 잘 따랐다. 엄마·아빠보다는 소진이 말을 잘 들을 정도였다.
어릴 때부터 천식을 앓아온 소진이는 몸이 약했다. 중학교 때 많이 힘들어했고, 고등학교 가선 두통으로 고생하던 소진이가 ‘2014년 이루고 싶은 것’ 중 하나는 ‘아프지 않기’였다. 엄마는 딸이 걱정스러워 수학여행이 끝나는 날, 병원 검사를 받기로 예약해뒀다. 하지만 소진이는 2014년 4월 18일이 아니라 4월 22일에 돌아왔다.
동갑내기 이종사촌 승희와는 둘도 없는 단짝이었다. 방학이면 둘은 안산과 대전을 오가며 어울렸다. 젤리를 좋아하고, 빙수를 좋아하고, 밥보다 과일을 좋아하는 사촌 ‘소똥이’가 떠난 뒤 승희는 너무 허전했다. ‘1’이 사라지지 않을 걸 알면서도, 승희는 가끔 소진이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소진이가 없다는 걸 알지만, 두 번 다시 보지 못하는 곳으로 멀리 떠난 걸 알지만, 승희는 소진이를 보내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