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의 방

꿈속에 자주 나타나요. 여기 교실이 저쪽에 별관에 있을 때는 더 못 왔고, 이쪽에 이사 오고 나서 처음 왔어요. 그래서 아라 교실에 처음 갔는데 아라 책상을 지들 엄마가 소홀히 해가지고 [꾸며놓은 게] 없더라고. 내가 조화 꽃하고 아라 사진하고 현상해가지고 지금 해놨어요. 여지없이 꿈에 아라가 나오더라고. 그때 꿈속에 엄마는 오빠하고 같이 있고, 나는 아라하고 같이, 아라가 자는데 아빠가 팔베개하고 있는 그런 꿈을 비슷하게 꿨어요. 진짜 생생하더라고, 엄청 생생하더라고.
아라가 사교성이 좋아요. 아라는 거의 다, 애들이 좋아하는 편이에요. '참 사회활동도 잘할 거다' 이렇게 생각했죠. 아라 같은 경우는 그림도 잘 그리고 하여간 음악적인 재능도 있고, "초등학교 선생님 하면 어떠냐?" 그랬더니 "아휴, 아빠 나는 교실에서 딱 갇혀서 있는 게 싫어" 그러더라고요. 아라는 지가 도시공학디자인과 가가지고, "가서 공부 좀 하고 싶다"고 이렇게 하더라고. 제 딸이지만은 우리 집안에서 지금까지 그렇게 상 받고 다소곳하게 이쁘게 자란 사람이 없거든요. 아무튼 중학교 때는 거짓말 안 보태서, 상장 가지고 오면은 자석으로 냉장고에 붙여놓잖아요. 계속 빡빡하게 붙여놓고 그게 붙일 데 없어가지고 다시 오래된 거 다시 회수하고. 그게 아라 방에 이렇게 있는데. 아버지인 저로서는 든든했죠. 왜냐면은 나는 점점 노쇠하지만은 저렇게 총명한 딸이 있으니, 잘 크고 그러니까 이제 안심하지...... 아무튼 아라하고 저하고는 많이 쿵짝이 잘 맞았어요. 그래서 마음적으로 든든하고 이렇게 참 그랬어요.
왜 우리는 그때 당시에 "아, 진실이 떠오른다"고서 많이 환영을 했죠. 진짜 사진으로만 보고 그림으로만 본 세월호를, 우리들이 그 직접 봤잖아요. 진짜 다 녹이 슬고 조개껍데기가 다닥다닥 붙어 있고. 완전히 처음 봤을 때는 괴물로밖에 안 보였어요. 저게 괴물이다. 우리 애들을 집어삼킨 괴물이다. 우리가 미수습자들 몇 명 찾았잖아요, 인양하고 나서, 그때 당시 아라 지갑이 그대로, 지갑에 도서대출증이라든지 포인트카드 그런 것도 있고. 지갑은 내가 보관하고 있고, 지금 아라 가방도 내가 보관하고 있어요. 집에서 직접 제가 세탁하고 다리미 싹하고, 밀봉해가지고 지금 보관하고 있어요. 어떤 사람은 다 그냥 버렸다고 하고 그러는데 저는 버릴 수 없더라고요. 팽목항이나 그런 데, 거기에 임시 분향소가 있잖아요? 내가 오랜만에 가잖아요. 아라 얼굴을 딱 보면은 똑같은 사진인데 아라가 빵긋 웃는 게, 모습이 보이는 거예요. 아라가 "아, 아빠 왔어?" 하고 좋아가지고. 어떤 사람들은 "빨리 잊어버리는 게 니가 살 길이다" 하지만은 잊는 자체는 불가능하고 죽을 때까지 이렇게 생각하고 지내는 게 오히려 내 건강에 더 좋을 거 같아요. ‘아, 너는 죽었으니까 나 잊고’, 그거는 힘들 거 같아요. 그거는 안 될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