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예의 방

한문으로는 ‘초예’라는 이름이 안 나오는 거예요. ‘초’자가 너무 강하더라고요. ‘초예’라는 이름을 포기할 수는 없고, 한글로 (지었어요). 초록은 되게 푸르잖아요. 싱싱하잖아요. 그래서 예쁘게 살라고. 겨울에도 초록은, 나무, 그 초록이 그대로 있잖아요. 우리 초예가 어렸을 때 좀 남자애 같았어. 두상도 그렇고, 등치도 그렇고, 통통했어요. 지금은 말랐는데. 데고 나가면 ‘요놈 잘생겼다’ 이렇게 했지. ‘아이고. 요놈 이뻐라’ 소리를 한 번도 못 들었거든요. 날 때 3.95(킬로그램으)로 났어요. 클 때도 되게 컸어요. 진짜 컸어요. 근데 크면서 그 살이 다 빠져버리더라고요.
우리 초예가 어렸을 때 많이 아팠어요. 열성 경기를 했어요. 남들 아이가 옆에서 코 훌쩍하면은 초예는 열이 막 올라가는 거예요. 많이 아파서 봄하고 가을, 이 환절기에는 거의 병원에서 있었어요. 다른 아이들 놀고 이러면 놀고는 싶은데 옆에서 좀 놀다 보면 체력이 딸려서 얼굴이 하얗게 뜨거나 그래요. 이제 5학년 6학년 가면서부터는 이게 조금씩 더 좋아지고 체력이 돌아오면서 고기도 많이 먹고. 초예가 진짜로 죽을 고비 많이 넘겼거든요. (아기를) 예쁘다 예쁘다 하면 옛날 어르신들이 삼신할머니들이 데려간다고. 그래서 제가 똥강아지라고 (불렀어요). 건강하라고. (초예가) 엄마는 맨날 못난이라고 (한다고). 이쁜 거 해달라고 하면 ‘똥강아지가 제일 이뻐’ (그랬는데) 후회가 되고. 그냥 어차피 이렇게 될 건데. 예쁘다 예쁘다 예쁘다 하고, “우리 딸 진짜 예뻐, 진짜 세상에서 제일 좋은 우리 딸.” 그럴걸.
초예가 동생들하고 방을 같이 썼어요. 저는 무조건 세 명은 시집가기 전까지 같이 자야 한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둘째하고는 세 살 터울이고요. 막내하고는 다섯 살. (옷장에 걸린 용돈 계산 메모판을 보며) 자기들끼리 뭘 하면서 돈이 모자라서 제가 해줬더니 초예가 막 이렇게 (계산)해가지고 동생들한테 했던 건데, 초예가 일부러 동생들 용돈 개념 가리킨다면서 (엄마한테도) ‘빌려준 거는 확실하게 받아야 된다’고. 엄할 때는 저보다도 무서운 엄마 (역할을 했어요). 잘 안 나갔어요. 동생 둘을 챙겨야 되니까. 애들이 크니까 이제 괜찮다고, 저 둘이 있어도 된다고 해도 안 나가더라고요. 그냥 엄마, 애기 엄마예요. 동생들 간식은 다 해서 먹였어요. 지금 애들 얘기 들어보면 그렇더라고요, 가끔 내가 해주면 ‘언니가 해주는 게 더 맛있다’고.
초예 물건 온 게 저 빈 캐리어 하고, 파우치에 미스트하고 썬스프레이 이게 들어있는데, 썬스프레이 그거는 이제 두 개가 녹이 슬어서 제가 버리고, 파우치하고 저 캐리어하고. 저것만 왔어요. 다른 거는 없더라고. 캐리어가 다 열려져 있었으니까. [초예가 향수가 많은데] 원래 쓰던 거는 너무 달달하니까 봄이라 벌 날아올까 봐 수학여행 갈 때 제가 다른 걸 해줬거든요. 제가 이제 시향을 해보니까 좋아서 수학여행 갈 때 그걸 들고 갔었는데. [나중에 초예가 쓰던 향수를] 따로 사서 한 번씩 뿌려주고 저도 한 번씩 뿌리고. 그냥 [초예]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요. 엄마, 아빠는 초예가 그립고 생각날 때에 우리 큰딸이 즐겨 입은 옷들에 조금이나마 살 내음이 남아있는가 싶어, 장롱문을 열고 꼭 가슴에 품으면 우리 큰딸 향기가 난단다. <그리운 너에게> 아빠가 초예에게 쓴 편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