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이의 방

내성적인 현진이지만 활동적인 스포츠를 즐겼다. 어렸을 때는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롤러블레이드를 탔다. 신발 대신 롤러블레이드를 신고 다닐 정도로 운동신경 빼어나니, 장래 희망도 발 빠른 축구선수. 스페인 프로 축구의 레알 마드리드 팀을 너무 좋아해 별명도 ‘레알 마드리드’다. 하고 싶은 것 다 하며 건강하게 크는 아이. 부모님에겐 더 바랄 것 없는 최고의 아들이었다.
귀가하면 옷걸이에 교복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깔끔쟁이. 방 청소도 늘 알아서 했다. 딱히 잔소리를 할 필요가 없는 아들. 때가 되니 공부도 알아서 파고들었다. 필요하다 싶으면 학원 공부를 자청하지만 혼자서도 된다 싶을 때는 자기주도학습 따위 어렵지 않았다. 운동장을 힘껏 달려봐서 안다. 축구공 몰고 골대를 향해 달리던 것처럼 하고 싶은 것을 향해 질주하면 몰입의 힘이 생긴다는 것을.
축구 선수였던 꿈은 커가면서 건축사, 실내건축 디자이너로 바뀌었다. 실내건축 디자인에 관심을 두니 집에서도 할 일이 보였다. 시트지를 사다가 낡은 싱크대를 꾸며서 새것 못지않게 바꿨다. 용돈을 모아 엄마에게 가스레인지며 전자레인지를 선물했다. 일이 늦게 끝난 엄마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오는 날도 종종 있었다. 아빠랑은 축구도 하고 배드민턴도 치고. 잠실야구장으로 야구 경기를 보러 간다. 기아 팬인 아빠를 따라 현진이도 자연스레 기아 팬이 됐다. 엄마에게는 딸 같고 아빠에게는 아들 같은, 현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