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하의 방

책상과 옷장, 침대 머리맡이 있는 이 공간을 덕하는 수없이 오갔을 것이다. 아침에는 침대에서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부비며 몸을 일으키고, 저녁에는 검도를 하고 와 피곤한 몸을 누이며 달콤한 잠에 빠져들고, 옷이나 물건 등 필요한 것들을 꺼냈다 넣었다 하며 부산스러움과 활기를 몰고 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덕하는 방의 한쪽 벽 위에서 자신의 몸과 마음이 단단하게 자라나던 이 공간을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다. 덕하가 쓰던 책상 위에는 덕하 삶의 발자취들이 놓여 있다. 가족들이 덕하를 그리워하며 하나하나 놓아둔 것이다. 덕하가 쓰던 물건들은 물론이고 집 근처에 있던 올림픽 수영장의 회원증과 영수증, 초등학생 시절 ‘아람단’을 했던 단원증, 해동검도 공인 2단 유단증도 있다. 과격한 운동이 자신과 잘 맞지 않다고 느꼈던 덕하는 검도를 하고 싶어 했고, 시작할 때 사용했던 목검에서 파랗게 날이 선 진검을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꾸준하게 열심이었다. 책상 위에는 덕하가 좋아하던 ‘콘칲’도 있다. 덕하는 입이 짧은 편이라 입에 맞는 군것질로 배를 채울 때가 많았는데 ‘콘칲’은 덕하가 좋아하던 과자 중 하나이다. 뭔가를 제대로 먹을 때는 식탁에 고기가 놓일 때였는데 치킨, 탕수육, 돼지갈비를 참 좋아하는 아이였다.

덕하네 집 부엌 식탁에는 덕하의 사진들과 가족들과 찍은 사진이 놓여 있다. 덕하는 2살 많은 누나를 많이도 따랐다. 어릴 때 편도수술을 하고 나서도 울면서 나와 누나를 찾을 정도였다. 옷을 입을 때에도 이건 어떤지 저건 어떤지 누나에게 시시콜콜 물어보기도 하고, 덕하가 잘 아는 시사 이야기를 누나가 모를 때면 핀잔을 주며 놀리기도 하는 살가운 동생이었다.
그런 덕하가 없다는 게 남은 가족들을 많이 아프고 슬프게 만든다. 하지만 신앙이 있는 가족들은 언젠가 덕하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굳게 가지고 있다. 세례명이 ‘요한’이었던 덕하, 2014년 겨울방학에 수도회에서 하는 해외봉사활동을 가고 싶어 했던 덕하, 사고 당일 처음으로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신고를 해 172명의 소중한 생명이 뭍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 준 덕하, 그러나 자기 자신은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채로 돌아온 덕하를 기억하기 위해 가족들은 언제나 오고가는 거실 한 편에 덕하를 위해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참고문헌 <416 단원고 약전> 6권 中 ‘결정적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