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우의 방

현관문을 여는 소리, 급한 발걸음 소리, 책가방을 던져 놓는 소리, 그리고 다시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 학교가 끝나고 찬우가 집에 왔을 때 들리던 소리들이다. 찬우의 사진들이 놓인 빈 거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이곳을 스쳐갔을 찬우의 움직임들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찬우는 친구들을 좋아해 밖에서 놀다가 밤 10시가 될 때쯤에서야 집에 돌아오는 일이 많았다. 찬우와 친구들의 아지트는 화랑유원지였는데, 소년들은 거기서 날이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축구도 하고 농구도 하고 배드민턴도 쳤다. 찬우가 막 태어났을 때, 형은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웃는 얼굴이 사랑스러운 동생을 형은 무척이나 아꼈다. 형은 찬우의 일이라면 뭐든 발 벗고 나섰다. 한 번은 찬우가 축구를 하다가 다쳐 형에게 연락을 한 적이 있었다. 엄마가 놀랄까 봐 형에게 전화를 했던 것이다. 형은 일을 하다가 말고 찬우를 병원에 데려가 깁스를 하게 하고 집에 데려다 주었다. 찬우에게 소중한 물건이었던 검은 시계도 형이 사준 것이다. 찬우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부터 꾸미는 데도 관심이 많아지고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 즈음, 평소에 뭔가를 사달라지 않는 찬우가 형에게 시계를 하나 사달라고 부탁했다. 16만 원이라는 꽤 비싼 시계 가격은 형에게도 쉽게 쓸 수 없는 금액이었지만 동생이 간절히 뭔가를 바라는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 싶지 않아 기꺼이 선물했다. 찬우는 그 시계를 몇 번 차보지도 못하고 떠났다.
수학여행을 떠나기 두 달 전, 찬우는 요리학원에 등록했다. 집에서도 보기 좋고 맛 좋은 음식들을 뚝딱 만들어내더니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워 언젠가 형과 함께 식당을 차리고 싶다는 꿈이 생긴 것이다. 친구들을 불러 요리를 해 줄 때도 있었는데, 찬우가 만든 떡볶이 맛은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맛있는 것을 좋아하고 잘 먹다 보니 키도 쑥쑥 컸다. 찬우는 넘치는 에너지로 친구들과 중앙동을 누비며 피씨방, 노래방에도 즐겨 갔다. 사고 이후, 찬우의 친구 한 명이 집에 들러 찬우의 노래 영상을 컴퓨터에 넣어주고 갔다. 형은 눈물이 나서 차마 그 영상을 볼 수 없어 지워버렸다. 찬우가 가족의 품에 돌아오고 난 후, 수학여행에 가지고 갔던 빨간 책가방도 가족에게 돌아왔다. 수학여행 간다고 한 달 전부터 형에게 자랑하고 좋아했던 찬우가 손수 챙겼던 짐들이 안에 그대로 들어있었다. 하지만 형이 사준 지 얼마 안 된 새 휴대폰은 부식되어 가루처럼 부서져버렸고, 안에 있던 옷들은 삭아 찢어져버렸다. 나중에 추모공원 지으면 가방을 찬우 있는 곳에 넣어주고 싶었던 엄마는 가방을 빨고 또 빨았지만 깊은 바닷속에서 배어온 냄새는 도무지 사라지지 않았다. (참고문헌 <416 단원고 약전> 7권 中 ‘요리가 좋아지기 시작한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