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이의 방

책 읽기 좋아하고 글쓰기 잘하는 하영이. 좋아하는 과목은 국어, 꿈도 국어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8과목 중 7과목이 1등급. 공부하라는 말 따로 하지 않아도 알아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하영이. 엄마는 딸의 방을 정리하며 많은 것을 비워냈지만 책상만큼은 치울 수 없었다. 늦도록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던 하영이 뒷모습 같아서 하얀 책상, 검은 의자는 차마 치우지 못했다.
하영이는 단짝 친구들이 있다. 수학여행에서 돌아오면 친구들과 두 번째 우정반지를 맞출 계획이었다. 반지에 새길 문구도 진작에 정했다. "We alway exist around you(우리는 항상 너의 주변에 있다).” 반지를 나눠 낀 친구들이랑 대학을 가고, 취직을 하고.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해서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고, 2세들도 친구가 되게 하자는 끝없는 우정을 도모했다. 2014년 설을 앞두고 하영이는 친구와 오이도까지 걸었다. 함께 걷지 못한 다른 친구들과는 SNS로 신년 도보여행을 함께 했다. 10킬로미터 조금 넘는 거리였고 가는 내내 아파트 단지와 공단이 이어지는 삭막한 길이었다. 등대와 갯벌이 펼쳐진 풍경을 보기 위해 세 시간을 걸어야 했다. 낯설고 삭막한 길을 지나 아름다운 풍경에 함께 닿기로 한 하영이와 친구들의 우정이 책상 위를 가득 채우고 있다.
우리 딸 태어나면서부터 그렇게도 순했는데. 자다가도 눈을 마주치면 생긋 웃고 또다시 잠들곤 했지. 아기가 있는 집인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게 컸어. 유치원 다닐 때도 혼자 시계 보고 문 잠그고 다닐 정도로 총명하고 착했지. 아빠는 일만 하느라 여행 한번 제대로 못 다닌 게 이제와서 한이 맺히는구나. 너를 보내고 뒤돌아보니 가족사진이 한 장도 없드라. <그리운 너에게> 아빠가 하영에게 보낸 편지에서 아빠의 안타까운 마음을 헤아렸는지 엄마, 아빠, 큰오빠, 작은오빠, 하영. 다섯 식구가 한자리에 모였다. 가족사진을 대신하여 가족 초상화가 하영의 방을 따뜻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