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의 방.

민희의 돌잡이는 연필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민희는 말수는 적은 편이었지만 무언가 표현하는 것을 좋아했다. 고심 끝에 정한 진로도 자신의 생각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광고 쪽이었다. 민희는 중앙대 광고홍보학과에 진학하고 싶었다. "청춘을 광고하라. 광고 천재 김민희!"
손재주도 좋은 민희에게 요리는 기본이었다. 민희는 종종 가족들을 위해 앞치마를 둘렀다. 초등학교 때 이미 강사 자격증까지 딴 점핑클레이도 수준급이었다. 민희네 집 곳곳에는 민희가 만든 점핑클레이 소품이 자리 잡고 있다. 크리스마스 장식품, 벽걸이용 소품 등 아기자기한 물건들은 모두 주인을 닮아 있다. 정작 주인은 없지만.
민희는 언니와 방을 함께 썼다. 두 자매가 아웅다웅하며 시끌벅적하게 지냈던 공간은 이제 그 어느 곳보다 조용하다. 2015년 4월 12일 광화문 광장에 민희 언니의 편지가 걸렸다. 향 냄새 가득한 그곳을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언니는 마음 속 깊이 묻어둔 이야기를 전했다. 민희를 대신해서 하는 광고이기도 했다. "저도 이런 큰 사고가 제 가족의 일이 될 줄 몰랐습니다. 외면하지 말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