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의 방

민재의 방과 삶을 기록하기 위해 사람들이 집을 찾았던 날, 부모님은 민재가 더욱 그리웠다. 어제가 엄마의 생일이었기 때문이다. 민재는 매년 아빠, 엄마, 형의 생일을 꼭 챙기던 아이였다. 민재가 준 생일선물은 한결같았는데, 바로 오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었다. 어릴 때는 “엄마, 내가 뭐 사줄까?”라고 물었었는데 민재가 자라면서 엄마가 농담 삼아 “민재야, 현금이 최고야!”라고 답한 것을 듣고는 언제나 오만 원을 살뜰히 모아 짠 하고 건네던 민재였다. 민재는 밝고 명랑하며 리더십이 많았다. 친구들을 좋아해 어울리느라 밖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친구들을 집에 불러 함께 시간을 보낼 때도 많았다. 학교 근처에 살 때, 여름마다 전기세가 많이 나와 의아했던 엄마는 부모님이 안 계실 때 민재가 친구들을 데려와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고 신나게 놀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주말이 되면 한 달에 한두 번씩은 7~8명 되는 친구들이 민재네 집에 놀러와 자고 다음 날 아침에 아빠가 사다 주신 주먹밥, 김밥을 나눠먹고 가기도 했다. 그렇게 끈끈하게 지냈던 친구들은 민재를 떠나보낼 때에도 모두 함께였다. 민재의 49재를 치르기 전날 밤, 친구들은 민재 형에게 ‘우리도 같이 가도 되냐’는 메시지를 남겼다. 원래는 가족끼리 조용히 가려던 참이었지만 마음이 고마워 허락했더니 19명이나 되는 친구들이 민재를 위해 모였다. 민재가 세상에 머무른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얼마나 의리 있고 정 많은 아이였는지 민재를 아는 사람들은 새삼 다시 느꼈고, 그래서 더 아팠다.


집에서 민재는 늘 ‘콩’으로 불렸다. 어릴 때부터 까맣고 작았기 때문이다. 민재는 중학생 때까지 작았다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부쩍 크는 중이었다. 아빠의 키도 막 넘어섰다. 패션에 관심이 많고 ‘뽀대’와 ‘간지’를 중시했던 민재가 점점 탄탄하게 커 가는 자신을 얼마나 멋지게 꾸미고 싶어 했을지, 그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 가족들은 아쉽기만 하다.
사고 당일, 민재는 부모님께 전화로 사고 소식을 알렸다. 평소에도 부모님과 소통을 자주 하며 어딜 가면 간다, 어떤 일이 있다, 꼭 알리던 민재였다. 아빠가 민재에게 했던 “빨리 배 밖으로 나오던가 갑판으로 나오라”는 말에 민재는 “알겠다”고 했고, 울먹이는 엄마한테는 “바깥에 헬기랑 다 왔으니 걱정하지 마, 금방 집에 간다”고 대답했다. 그런 민재에게 무슨 일이 생겼던 걸까. 명찰을 목에 걸고, 카드 지갑에 소중한 것들을 다 챙겨 넣고, 자기 사진을 남긴 휴대폰을 주머니에 간직한 채로, 민재는 그렇게 가족들에게 다시 돌아왔다. (참고문헌 <416 단원고 약전> 7권 中 ‘땡큐, 크리스토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