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이의 방.

유민이는 참 순했다. 아기 때 목욕을 시켜도 가만히 있을 정도였다. 감정 표현엔 서툴렀지만, 속은 깊었다. 엄마 아빠가 헤어진 뒤 유민이는 사고 한 번 친 적 없었다. 늘 엄마를 위했고, 커서는 결혼도 안 한 채 엄마랑 시골서 살겠다고 말했다. 진국 같은 딸이 엄마는 늘 고마웠고, 미안했다. 예전처럼 환하게 웃는 일도 드물어져 마음 아팠다.
멀리 떨어져 있는 아빠에게도 고맙고 미안한 딸이었다. 오랜만에 만나면 유민이는 꼭 아빠를 안아줬다. 용돈이라도 부칠까 봐 수학여행 간다는 말조차 안 했던 큰딸이었다. 사고 소식을 듣고 팽목항을 찾은 아빠는 8일 만에 딸을 만났다. 얼굴이 핼쑥해진 유민이의 옷에선 젖은 만 원짜리 6장이 나왔다. 아빠는 그만 엉엉 울어버렸다.
아빠도 살뜰하게 챙겼다. 마지막 설날, 유민이는 아빠에게 건강 챙기라며 담배를 끊으라고 부탁했다. 2015년 1월 14일, 유민이의 19살 생일에 아빠는 약속했다. “오늘 유민이 생일 선물로 아빠 담배 끊을게. 그러니까 유민아, 이제는 무서워하지 말고 친구들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 아빠 걱정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