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준이의 방.

수학여행 전, 완준이는 모처럼 엄마에게 귀를 파달라고 했다. 엄마 무릎을 베고 한참 수다를 떨던 아들의 모습이 엄마는 오늘도 눈에 선하다. 완준이가 만든 종이학과 레고 공룡, 어린 시절부터 모은 유희왕카드, 직접 이름 지어준 강아지 '아롱이' 모두 제 자리에 있다. 완준이만 없을 뿐이다.
완준이는 입이 짧았다. 그래도 엄마가 해주는 볶음밥, 토스트, 소고기 야채볶음은 맛있게 먹었다. 엄마는 그런 완준이에게 꼭 한 번 다시 밥을 해주고 싶다. 하지만 아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다시는 만날 수 없다. "내 아이가 다시 돌아온다면 따뜻한 밥 지어 함께 먹고 싶어요. 다시 만날 수 있다면…"
호기심 많은 장난꾸러기였지만 꿈은 진지했다. 완준이는 경찰이 되고 싶어 했다. 참사 당시에는 침착하게 119와 122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어디에도 연결되지 않았다. 가족들 앞으로 메시지조차 남기지 못했다. 아빠는 그때의 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아빠처럼 되고 싶다던 아들은 그렇게 아빠 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