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빈이의 방.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가 대세라는 요즘 수빈이는 달랐다. 아이의 꿈은 수학 선생님이었다. 수빈이는 수학시간에 칠판에 문제를 풀고 친구들에게 설명한 경험이 짜릿했다고 말했다. "어려운 문제를 차근차근 알려주는 수학선생님이 될 거예요. 교실에서 친구들에게 풀이 과정을 설명하는데 정말 즐거웠어요."
수빈이는 '치킨 킬러'였다. 엄마는 수빈이를 가졌을 때 치킨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 식성을 빼다 박았는지 수빈이는 치킨을 매일 먹었다. "먹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도 했다. 수학을 잘 하던 아들, 치킨을 좋아하던 아들을 떠나보낸 뒤 엄마는 세 번이나 입원했다.
엄마가 마지막으로 퇴원했을 때, 수빈이 여동생이 말했다. "엄마, 나는 오빠 일이 많이 아프고 힘들지만… 지금은 엄마가 잘못될까 봐 제일 무서워." 엄마는 그 뒤로 일상을 택했다. "평생 수빈이가 가슴에 사무치겠지만, 작은 아이가 건강한 성인이 되어 바르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다. 유가족대책위 관련 활동은 수빈이를 친자식처럼 아꼈던 둘째 이모부가 도맡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