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배의 방

금요일에 수학여행에서 돌아오면, 토요일에 인배는 킥복싱 시합에 나가기로 되어 있었다. 1학년 때부터 킥복싱을 배운 인배가 출전하는 첫 시합이었고 체급을 맞추기 위해 식사량도 줄여가며 살을 뺄 정도로 진심을 다해 준비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인배는 돌아오지 못했고 당연히, 시합도 치르지 못했다. 체육관에서는 사고 이후 인배에게 ‘명예사범증’을 수여하였다. 킥복싱은 인배와 절친이었던 강명이의 영향을 받아 시작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강명이를 따라 체육관에 갔다가 킥복싱에 재미를 붙이게 된 것이다. 다리에 멍이 들고 아픈데도 인배는 킥복싱 하는 것을 힘들어하기보다 재미있어했다. 인배가 중학교 1학년 때 하늘로 떠나신 아빠를 대신해 함께 사는 외삼촌들이 학원도 보내주며 인배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었다.
선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진 속, 캐리커처 속 인배의 모습처럼, 엄마가 기억하는 인배는 온순하고 차분하고 집안일도 잘 거드는 아들이었다. 일하는 엄마에게 먹을 것을 해달라고 조르지 않고 떡볶이도 직접 만들어 먹고, 국수도 삶아 간장 양념을 해서 맛있게 만들어 먹곤 했다. 돌이켜보면 엄마는 아침에 인배를 깨워본 적이 없다. 늘 스스로 일어나서 씻고 아침도 챙겨 먹었기 때문이다. 만약 아침을 못 먹고 가는 날에는 학교 끝나고 집에 와서 “오늘 아침 안 먹고 가서 한 그릇 더 먹어야겠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엄마는 그런 인배를 장난스럽게 “돼지야”라고 불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친구들은 인배를 “오리배”라고 불렀다고 한다.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 인배는 설레고 들뜬 마음 반, 가기 싫은 마음 반이었다. 그렇게 말하는 인배에게 엄마는 친구들 다 가는데 이것도 추억이니 갔다 오라고 했다. 수학여행을 떠나던 4월 15일 점심에 인배는 깜빡 두고 간 멀미약을 가지러 잠깐 집에 들렀다. 그때 대문을 나가면서도 “가기 싫다”며 툴툴대던 모습이 아직도 엄마의 눈에 선하다. 그리고 4월 23일에 다시 만난 인배, 챙겨간 짐은 끝내 찾을 수 없었지만 학생증과 헬스클럽 회원증을 지니고 있어 가족들을 빨리 만날 수 있었다. 엄마는 그 물건들을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 (참고문헌 <416 단원고 약전> 7권 中 ‘나는 두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