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혜의 방.

다혜 엄마는 요즘 시장도, 목욕탕도 가지 못한다. 손잡고 재잘대며 함께 걷던 딸은 이제 곁에 없다. '엄마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는 말로 일기장을 가득 채우고, 명절이면 고소한 기름 냄새를 맡으며 함께 전을 부치던, 작은 손으로 조물락 조물락 엄마의 어깨와 다리를 주무르던 딸은 더 이상 곁에 없다.
다혜 남동생은 말수가 부쩍 줄었다. 누나를 보낸 뒤 가까운 곳에 외출하는 일조차 힘겨워했다. 아직도 가끔 동생의 방에선 훌쩍이는 소리가 난다. 옷부터 가방에 신발까지 일일이 코디해주고, 산책도, 운동도 같이하던 누나는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 다혜 아빠의 한숨도 깊어졌다.
"주일이면 꼭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열심히 기도했는데… 이젠 누가 우리를 위해 기도해줄까요?" 다혜 엄마는 눈물을 흘렸다. 착한 내 딸, 사려 깊은 내 딸, 잘 웃던 예쁜 딸 다혜는 없다. 꿈으로나마 안부를 전해줄 뿐이다. "엄마, 난 친구들이랑 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