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빈이의 방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것처럼 모든 것이 그대로인 이 방은 공부도 운동도 뛰어난 7반 반장 수빈이의 방이다. 수빈이의 친구들은 중학생 때부터 이 방에 자주 놀러와 부모님이 준비해 주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크게 웃곤 했다. 수빈이는 못하는 것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다재다능한 아이였다. 특히 교과목 중에서는 수학을 잘 했다. 엄마의 기억 속에는 세 살 때 글자와 숫자를 익히던 수빈이의 모습이 바로 어제 일인 것처럼 선연하다. 한글을 곧잘 따라 해 신기했던 수빈이, 손가락은 물론 젤리와 사탕까지 동원해 더하기와 빼기를 이해해 나가던 수빈이… 엄마는 손에 잡힐 듯하지만 곁에 없는 아들이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을 뿐이다. 책상 위의 물건들은 수빈이의 반전 매력도 보여준다. 달리기는 기본에 축구도 참 잘해 친구들은 너나없이 수빈이와 팀을 하고 싶어 했다. 가장 위에 있는, 빛나는 트로피는 축구 대회 우승 기념으로 받은 것이다. 구석에는 수빈이가 치던 기타도 있다. 친구들이 집에 왔을 때, 수빈이는 독학으로 익힌 기타 연주를 들려준 적도 있었다. 반신반의하던 친구들도 박수를 칠 수밖에 없는 연주였다.
수빈이가 입던 옷은 물론이고 쓰던 칫솔 하나도 엄마는 버릴 수가 없었다. 너무나 듬직하고 사랑스러운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수빈이는 엄마에게 “나중에 돈 많이 벌면 뭘 해줄까?”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엄마는 “채소 심게 땅 사고 싶어.”라고 대답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수빈이는 공부에 최선을 다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서 원하는 대학에 가고 능력만큼 돈을 버는 좋은 직장을 얻어 행복하게 해 주고 싶다는 꿈을 가진 수빈이였다. 그런 꿈에 다가가기 위해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척척 해낸 것은 물론이고, 용돈을 규모 있게 쓸 줄도 알았다. 친구들보다 군것질을 덜 하고 세뱃돈도 통장에 차곡차곡 모았다. 수빈이가 받은 편지들에서 볼 수 있는 ‘짜수’라는 별명은 친구들이 애정과 장난을 담아 만든 것으로, 짠돌이를 의미하는 짜다의 ‘짜’, 수빈이의 ‘수’가 합쳐진 것이다. 엄마는 수빈이가 떠난 후 1년이 다 되어가도록 수빈이 이름으로 된 통장을 차마 해지하지 못했다. (참고문헌 <416 단원고 약전> 7권 中 ‘수학자를 꿈꾸는 수빈이’) (참고문헌 프레시안 <제주도행 배에서 뭐 할지 상상하던 아들이…>, 2015.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