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의 방

윤희는 동생과 방을 같이 썼다. 엄마는 수학여행 다녀오면 딸들의 방을 예쁘게 꾸며줄 계획이었다. 아빠는 아이들 방에 대한 생각이 엄마와 달랐다. 친구들이 놀러 와도 자기들끼리 편하게 지낼 수 있게 집에서 제일 큰 방이 아이들 방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큰 방은 아이들 주고 작은 방을 부모가 쓰면 넓은 방에서 아이들은 넉넉해지고 좁은 방에서 부모는 더 다정해질 거라는 이야기를 아빠는 엄마에게 말하지 못했다. 수학여행은 끝나지 않았고 딸들의 방을 예쁘게 꾸미지 못하고 슬픈 옛집을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2년 이상 신어 낡은 윤희의 운동화를 기억한다. 딸의 운동화가 그렇게 낡을 동안 알아채지 못한 무심함. 그럴 동안 새 운동화 사 달라 한마디 않은 딸의 무던함. 엄마는 퀼트 작업으로 윤희에게 사주고 싶은 운동화 여러 켤레를 만들기도 했다. 오래도록 엄마 아빠를 아프게 하는 운동화다. 여행보다는 집이 좋고, 오래 만나 가족처럼 허물없는 친구가 좋은 평소의 윤희라면 그렇게 말할 것 같다. 속상해하지 마세요, 엄마 아빠. 저는 낯설고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하고 오래된 것이 좋아요. 이사한 집, 새로운 방. 동생과 따로 쓰게 된 윤희만의 방. 낯선 곳 싫은 윤희가 불편해할까 살짝 가려본다. 그래도 다시는 어두운 곳에 홀로 두고 싶지 않아 별 모양, 달 모양으로 햇살 구멍을 내놓았다.
얌전하고 조곤조곤 말도 잘하고, 윤희는 엄마를 닮았다. 키키 웃으며 조잘조잘 이야기하던 윤희가 보고 싶을 때 엄마는 욕실에 들어간다. 엄마가 그리움을 씻는 시간은 꽤 오래 걸린다. 조금 더 활발했으면 하는 마음에 윤희를 자극하는 건 언제나 아빠였다. 집에서라도 뛰라고, 테니스도 하고 권투도 할 수 있는 게임기를 사다 줬다. 고양이 콩이를 데려와 벌레도 동물도 무서워하는 윤희를 고양이 언니로 만들었다. 방에 기대놓은 기타도 아빠가 사 왔다. 통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낭만 윤희를 보고 싶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으니 그저 윤희의 얼굴이 보고 싶다. 동생도 나가고 엄마도 나가고 집에 아무도 없을 때 윤희가 없는 방에서 아빠도 홀로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