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계의 방.

새로 나온 영화가 있으면 건계는 꼭 극장으로 달려갔다. 휴대폰 데이터도 아끼던 아들은 영화비도 비싸다고 늘 조조할인을 고집했다. 그렇게 함께 본 영화 중 하나가 <어벤져스>다. 게임 그래픽 디자이너를 꿈꾸던 건계는 슈퍼 히어로들이 등장하는 이 영화를 참 좋아했다. 하지만 엄마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영화로 남아버렸다.
건계는 태어날 때부터 심장이 아팠다. 큰 수술을 한 뒤에도 계속 병원에 다녀야 했다. 엄마의 휴대폰에는 건계의 검진 일정을 알리는 예약 문자들이 가득하다. 그래도 건계는 밝고 씩씩했다. 축구를 할 수 없어서였지만, 체육 시간에 건계가 스탠드석에 앉아있으면 여학생들의 고민 상담소가 차려졌다. 또 항상 웃고 다녀 별명이 미소 천사였다.
제주도행을 앞둔 건계는 이틀 전부터 짐을 챙겼다. 수학여행 다음 날로 잡힌 병원 검진도 미룰 정도로 기대하고 있었다. 좀처럼 마음이 놓이지 않던 엄마는 전날까지 “가지 말까?” 물어봤다가 화를 내는 건계의 모습에 당황했다. 엄마와 달리 아들은 중학교 때부터 짝사랑해온 같은 반 여학생에게 이번 기회에 고백할까 말까 고민하느라 들떠있었다. 그렇게 건계는 떠났다. 하나도 안 아프다고, 건강하게 잘 다녀오겠다고 약속했던 건계는 2014년 5월 9일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